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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일간의 폐인일기**

flower1004 2004. 10. 22. 16:39

 우리 세모녀의 불행(?)은 일주일 전...

 

그날이 불행(?)의시작이었다.

교보문고에 두 딸과 함께 개강준비에 필요한

 

책도 사고 구경도 하고인사동에 들러

 

불량식품도 사먹으며 우리 세모녀 신이났다,

그리고,, 그리고,,,  어느 노점에서 팔고 있는 퍼즐 박스 발견..!!

큰 아이가 친구 선물 준다며 빈센트 반고흐의

 

'해바라기'를 하나 사는 걸 보니

내 눈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밀레의 '만종'이 확 들어왔다.

평소에 좋아하던 그림이라 박스당

 

거금 15000원을12000원에흥정을 하고

아주 행복에취해서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런데... 퍼즐 갯수가 박스당 무려 1000조각!!!

그 전에 한번 해본 기억으로 우습게 거실 바닥에 펴놓고

 

우리 세 모녀는 작업을 시작했다.

1000조각을 거실 바닥에 쏟아놓으니

 

그야말로 암담 그 자체가 아닌가..

그리고 황당, 막연함 그리고 그리고 불길한 예감....

 


우선 색깔을 분류하고 모양을 분류하고

 

세 귀퉁이에 각자 앉아서 작업 시작..

먼저 '만종'부터 시작하기로 했는데

 

그 색이 그 색,, 그 모양이 그 모양..

 

이걸 어쩌나..

선명하지도 않은 색상을 구분하고 모양같지도 않은 모양을

 

구분해서 가장자리부터 우선 맞추기 시작했다.


대책없이 하늘 몇 조각, 땅 몇 조각을 맞추고는 한숨을 쉬는데..

디자인을 전공하는 막내 아들이 이르기를..

"엄마 레벨이 너무 높지 않아요??

최후의 만찬이 한 단계 낮은거 같은데 그거부터 시작해요~~~"

...라는 그 말에 솔깃해 다시 새 작품 시도~!

그래도 처음엔 조금 재미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시간이 가고 자기가 맡은 지역을 공략하며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우리 세 모녀의 성격은 그야말로 각양각색..

큰 딸 아이는 무조건 비슷한 모양, 비슷한 색상으로

 

구석구석 공략하는 스타일..

둘재 딸 아이는 색깔의 종류를 섬세하게 분류해서 공략하고,

나는 조금 더 복잡하고 섬세한 색상 분류와 모양까지

 

챙기느라 한 조각씩 째려보며

나름대로 신중하게, 또 신중하게...


대화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이상해져갔다..

"엄마 이 할아버지 한쪽눈 좀 찾아주세요~"

"이 할아버지 왼쪽 손목이 없어~~"

"하얀색 머리 한 조각이 없는데??" (이건 둘째 아이의 소리)

"아니야 그건 이아저씨 소매자락이야..내놔!! "

큰 딸아이 왈

"엄마 얘(지동생)가 예수님보고 이 아저씨래~~"

"할아버지 한쪽눈을 왜 나보고 달래니?, 글쎄~~"

조각을 찾다가 없으면  "엄마 좀 째려봐봐~~" 

 (세상에나 이쁜 처자들의 대화라니....)

 


새벽 4,,5시까지 거의 초인적으로 매달려 작업의 연속...또연속..

TV에선 올림픽 축구를 하고, 핸드볼을 하고, 유도를,, 탁구를,,,

금메달을 따고, 은메달을 따고 ,, 정신들이 없다.

눈도 귀도 손도 바쁜데 손과 얼굴들은 왜또 붓는걸까?..

몇 시간 자고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또 시작한다..

세수는 커녕 머리는 산발에, ..식음을 전폐한 건 아니지만 .

식음을 절제(?)하고 거의 일주일 밤낮을 강행군 또 강행군...

쉬고하자는 내 말에 개강 전에는 끝내야 한다며

 

친구와의 약속도 미루면서

그렇게 세 모녀의 악전고투의 연속....

참고로 큰 딸아이는 마포에 있는 S모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자 조교일 때문에 무지 바쁘며

작은 딸아이도 신촌 E모 대학 4학년이며

 

과외 알바로 방송막내작가로 바쁘다.


이 고급인력이 거의 신들린 경지의작업(?)

 

(이게 작업이 맞긴하나?.)모습이라니 .....

충혈된 눈으로 열심히 작업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서로의 모습을 보며 눈물나도록 깔깔대다 또 시작...

 

"이런 걸 선물해주면 정말죽이고 싶을꺼야~~"

 

하며 서로 웃기 바쁘다..


한 작품에 심혈을 기울여 맞추다가

 

몇 조각 안남았을 때의 일이다..

작은 딸아이가 새벽에 일어나 혼자서

 

그 희열을 맛보고 만 것이다! 이럴수가!!....

남은 두 모녀는 경악,,경악!!!  

 

 

어깨가 쑤시고 삭신이 안아픈 곳이 없다..

아주 가끔씩 거드는 막내 아들 덕분에 수월하기도 했다.

두 작품을 일주일만에 끝내고 우리는 초췌한 모습에

 

서로를 위로하며

이 퍼즐 덕분에 우리 네 식구(아빠 빼고)는 단합하며

 

서로가 보지 못한 성격도 보고 감정을 읽으며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도 됐고

혼자만이 아닌 <우리 >의 사랑과 화합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만종'의 밭이랑 한 조각이 실종되어

 

혈안이 되어 찾고있는 중이다.


작업(?)이 모두 끝나고 두 딸아이는 지금 학교에 가고 없다.

혼자 남은 빈 집에서 그동안 못한 다리미질을 하고 

 

반찬도 준비하고 .....

잠시 접었던 살림살이를 정리하는 중이다..

악몽(?)같았던 일주일 간의 폐인 생활을 끝내며

우리가족 의 사랑의 퍼즐 모양을 본 것 같아 행복했다.


 - 폐 인 일 기 끝 -


추신:

여러분, 무료할 때 가족과 함께 퍼즐게임을

해보시지 않으시겠요? 


         행복한 폐인의 길을 즐겨보세요~!! 

                                                              by 화신 미카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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