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어린 나이 스물 세살 때
어린 신랑 따라 미아리 언덕위를 오르며
골목을 여러번 돌아 도착한
가난한 우리 시댁.
작은 방 둘을 세째 며느리 온다고
도배하고 치장한 후, 작은쪽마루에서
빡빡머리 시동생 둘이 기타를 치며
반겨주던 그 가난한 환영식,
어린 며느리가 왔다고 서툰 애정표현으로
쑥쓰럽게 웃으시며 "왔니?" 한마디.
한참만에 어딘가 다녀오셔 방문 열고
가만히 건네주던 검은 비닐 봉지에 귤 다섯개.
어쩌면 그리도 말씀이 없으신지...
갈때면 "그래, 가라 "그러면 끝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조금은 수다스러운 이 며느리에게
그래도 썰렁한 농담을 하시느라 애쓰시던 모습.
아이를 낳고 다른 며눌을 얻으셨어도
그렇게 짝사랑처럼 이 세째며눌 을
그렇게 많이 좋아해주시던 아버님.
그것조차 부담스럽고 짐스러워 내치기만하던
이 나쁜 며눌을 그래도 돌아가시던
순간까지 힘겹게 기다렸을 아버님.
내일이면 가뵈야지. 내일이면 가야지.
하루 하루를 미루다 그냥 외롭게 가셨네요.
손가락에 끼신 제가 해드린금가락지.
돌아가실적에 이 세째 며눌에게 주겠다고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하셨는데...
건네 받지도 못했는데...그렇게 가셨네요.
북한산 봉우리 보이는 전망 좋은 아버님 계신 곳,
이제는 이 세째 며눌 자주 찾아가
외롭지 않게 해드릴께요.
혼자 남으실 어머님 못 믿어워
걱정 많으시던 아버님.
이제는 편히 쉬세요.
다섯아들 며눌이 있으니
너무 걱정 마시고 편히 편히 쉬세요.
아버님 옆 자리 젊은 친구에게
울 아버님 친구해달라고 기도로 부탁했으니
아버님 의 그 썰렁한 농담으로라도 잘지내시고,
아버님 계신 그 천국에서 이 세째 며눌 잊지마시고,
아버님 뵈올 때 . 그 때에는
아버님 사랑 내치지않고 열심히 사랑해 드릴께요
아버님 편히 쉬시고 고이 잠드소서.
삼오제를 올리고
세째 며눌 화신 미카엘라 올림
2004,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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