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나는 가슴이 아프다.
그냥 가슴이 아프다...
찌렁찌렁하게 먼 지붕에 걸린
붉은 태양도 가슴이 아프고
가느랗게 부는 바람에도 흔들려
떨어지는 붉은 낙엽도
난 가슴이 아프다.
놀이터 아이들의 작은 웅성거림도
흔들리는 내 그림자가 가슴이 아프고
이 가을이 가을이여서 가슴이 아프고
멀찍이 걸린 구름 자락도
가슴이 아프고, 또 아프다...
오랫만에 걸어준 별로
친하지 않던 친구의 안부 전화도 가슴이 아프고
어기적 어기적 아픈다리 끌고
계단을 오르시는
노수녀님의 뒷모습도 가슴이 아프고
분냄새 풍기며 지나가는 젊은 아낙의 씩씩함도
풍경소리 울리며 두부를 파는 아저씨의 쉰목소리,
무거운 책가방 짊어진 옆집아이의 등어리도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아프고 또 아파오는데 ....
원색 네온싸인이 유치하게 그렇게.그렇게.
초저녁부터 흔들거리는 이른저녁 거리의 불빛도
가슴이 아프다.
이 가을, 난 가슴이 아프다.
죽을것 같은 이 숨막힘의 느낌으로
아리도록 난 가슴이 아프다.
이 가을이. 가을이여서 ...
난 가슴이 아프다.
난 지금 열병처럼 이렇게 이가을을 앓는다.
2004년10월 어느날 by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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