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몇년 전이던가..?
어느 여름날...
애써 잊고 지내던 유년시절의 고향친구인 말순이와
연락이 되어 만나기로 했지.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마냥 바쁘던 시절,
가진 옷 중에서 가장 력셔리하고 비싸보이는 투피스를 골라입고.
많지 않은 보석중에 가장 좋은 것을 골라 치장을 하고
안하던 마스카라에 빨간 립스틱으로 마무리하고
하나뿐이던 높은 구두를 신고 드디어 말순이를 만났지.
왠지 잘나가는 그 무엇으로 보이고 싶었던 거야
알잖아...^^
잘생긴 말순이 신랑이 냉커피인지를 타주어서 맛있게 먹으며
회포를(수다를)떨다 집으로 오던 중,
말순이는 버스 정류장 까지 따라오더니
옆에 있던 손수레에서 가장 큰 수박을 사주면서, "아이들하고 먹어"하더군.
비닐끈으로 만든 망에 넣어 100-1버스를 탔지.
그런데 발밑에 넣어둔 수박이 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앞으로 굴러가는 거야.
그 순간의 창피함이란...
집으로 오던길은 왜그리도 멀던지...
한 손엔 양산 그리고 핸드백.
구두는 오랜만에 신어 뒷꿈치가 벗겨저서 걸을 수가 없고
수박은 갈수록 더 커보이고..갈수록 무겁고...끔찍했지...
수박을 사준 말순이를 원망하며 집으로 돌아와서
철퍼덕 앉아 아이들과 둘러앉아 그 수박을 깨먹으며 생각했지..
"그래 애들하고 먹어"하며 손에 들려주던 그 순수한 우정을...
지금 생각하니 콧등이 찡하네.
말순아 미안해...^^
너의 그 순수하기만한 그 우정이 그 순간엔 너무 버거(?)웠단다.
그 빌어먹을 위선과 가식과 왠지 잘보여야지 하는 치사함이
우리 사이에 걸림돌이었구나. 그 순수함이 그리워...
이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그 시절이 그리워.
그런 우리가 조금있으면 할머니 반열에 들겠지..?
말순아 우리 할머니가 되서도 예쁘게 늙어가자.
순수한 늙은이. 예쁜 늙은이..웃긴건가..?
하여간 할머니는 싫은데..
그래도 준비는 해야겠지? ^^
미래의 할머니를 위햐여 화이팅하지 않을래?.............
화신이가
( 초등학교 동창 회 까페에 올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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