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크랩] [러시아] 모스크바_ 깊이따윈 필요없어! & May I help You?? :)

flower1004 2010. 2. 19. 16:22

[모스크바(Moscow)] 

 

아직 소비에트 연합이 굳건하고 철의 장막이 걷히기 전, 

모스크바는 아련한 동화속의 도시처럼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어렸을 적 무심코 엽서에서 본 바실리 성당은,

알록달록 과감한 장식과 비대칭의 괴상한 돔 지붕에 새하얀 눈을 이고는,

먼 북쪽에 자리잡은 적국(敵國)의 위화감을 과시했다.

 

늘 불만족하고 불평하며 살아가지만,

여행을 통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 노력한다.

분명 모스크바나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그림의 떡이었던 시절이 있었더랬지.

그때는 세계의 반 가까이가 출입금지 지역이었을 거야.

난 축복받은 거라구. (-_-??)

 

이데올로기의 종언이라 했나...

나는 그저 크렘린과 붉은 광장을 거닐며 레닌의 묘를 슬쩍 보고,

여느 관광객들마냥 바실리 성당과 굼(GUM) 백화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뿐.

러시아 가족들에게 초대돼 로즈와인을 마시며 수다를 떨고,

러시아 젊은이들과는 헐리우드 영화와 북미와 유럽의 팝그룹에 대해 떠들 뿐이다.

누구도 소비에트 붕괴를 언급하지도, 막시즘을 들먹거리지 않는다.

응, 그런 케케묵은 소리?

 

그래도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신자유주의 비판을 보노라면 물음표를 띄워본다.

사회주의 모델은 정녕 불가능한 꿈일 뿐인지.

다시금 사회주의 실험이 지구상에 일어날 가능성은 없는 것인지-.

프랑스에선 공산당이 제 2정당을 차지하고,

부작용과 비판도 있지만 북유럽의 사회시스템과 세제는 사회주의에 가깝지 않나.  

그리고 만일 사회주의 실험이 다시 한 번 현실화가 된다면,

이번엔 꼭, 허접하게 말고 좀 제대로 실천해 보라구... -_-

(그러면서 마르크스의 자본론 soft 버전 갖고도 헤매고 있는 나는 뭔지 -_-

사람은 역시 직관력과 인내심을 타고 나야 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 존경... @_@) 

  

 

하필이면 밤기차에 시달려 가뜩이나 피로한데, 비는 쏟아지고 짐은 많고 예약한 호스텔은 못 찾겠고... ㅠㅠ

낯선 도시와의 첫 대면은 주로 이렇게 서투르기 그지없다.

겨우 찾은 호스텔 여자 스탭은 왜이리 맹한지... 영어도 못 하면서 호스텔 카운터를 본다는 건 뭣이냐 -_-

얼굴만 예쁘장하고 웬만한 건 애교로 넘어가려면 다냐 -_-+ 멍청한 남자한테 써먹어 왔나 부지.

 

모스크바에서는 겨우 이틀 묵었을 뿐이고,

방문한 곳은 오로지 붉은 광장 -_-

그렇다. 모스크바 대학, 노보데비치 수도원, 아르바트 거리(그 유명한 한국계 록 가수 '빅토르 최' 추모벽이 있는)...

죄다 건너뛰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미쳤지... 다시 또 언제 갈 줄 알구 >_<

그나마 붉은 광장에는 크렘린과 바실리 성당 등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곳이 거진 모여있고,

페테르 대제 동상과 볼쇼이 극장 등 웬만한 관광지들은 반경 1~2km 내에 있으니,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효율적이긴 했다.

 

붉은 광장 파노라마.

왼쪽부터 호화로운 규모의 굼(GUM) 백화점, 바실리 성당, 크렘린(& 레닌 묘)

 

 

 

바실리 성당.

사진을 본 우리 어머니의 반응은 대뜸, [아이구, 촌스러워라... @_@] 

개인적으로도 나의 미학적 관점과 취향은 바실리 성당 설계자와는 전혀 오버랩이 안 되는 듯 하다.

바실리 성당에 얽힌 유명한 일화;

바실리 성당 건축을 명했던 이반 대제는, 앞으로는 이러한 아름다운 건축물을 다시 창조하지 못하도록,

성당 완공 후 건축가의 눈을 뽑아 실명에 이르게 한다.

이반 대제의 잔인함과 독단을 암시하는 건 알겠는데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타지마할과 다른 유려한 건축물들에는 늘 이런 비슷한 일화가 얽혀있는 것 같아 말이다.

그나저나 독점욕과 극에 다른 공포정치는 하여튼간에... 옛날엔 王이면 하늘이었지...

 

모스크바에서 있던 이틀 중 첫날 돌풍이 불고 날씨가 너무 추워 제대로 구경을 못 해서,

이튿날 날씨가 개어 다시 찾았다. 그래서 사진이 뒤죽박죽,,,

 

 

고색창연한 디자인의 굼 백화점 내부.

어디서나 베이징 올림픽 2008. 아직 브랜드 입점하지 않은 공간이 상당하다.

 

 

크렘린 입구.

푸틴 대통령의 집무실이 바로 저 건너라는데, 출입금지 표시와 경호원 몇 명만 있을 뿐.

철통경비를 자랑하는 한국은 너무 민주화된 사회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러시아는 유럽처럼 학생할인에 상당히 관대한 편. 기본적으로 학생은 50% DC.

윤리성 논란도 일긴 하지만 짜가 학생증(안 되면 교사증)이라도 만들어 가면 도움될 듯-) 

 

 

붉은 광장의 분수. 네 필의 말들의 역동성이 인상적이다.

날씨만 좋았으면 ㅠㅠ (추워 죽는 줄 알았다는,,,) 

 

 

 잘 꾸며진 화단. 나도 연인과 같이 와서 애정행각을 서슴지 않아야 했던 건 아닌지 몰러 ㅠ_ㅠ 

 

 

페테르 대제 동상.

솔직히 난 주위 조경과 안 어울리게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ㅠㅠ

게다가 기분좋게 강변 산책하는데 느닷없이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를 흩뿌리고 -_-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떼로 장대비가 쏟아지고, 꼼짝없이 간이 버스 정류장에 갇혀버렸다.

거기다 바로 옆 차도에서 신나게 물 튀기며 쌩쌩 달리는 차들 때문에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었다.

우산도 없고 덜덜 떨며 호스텔까지 돌아오는데 내 몰골이 얼마나 비참한지 ㅠㅠ

결국 그래서 다음 일정이던 모스크바 대학교 견학도 미뤄버렸다.

(아,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관광 계속할 걸 -_- 소심하게시리;;)

 

 

신실한 러시아인들. 특히 나이와 신앙심은 비례하는 것 같다. -_- 젊은이들은 특유의 그 뭐도 아닌 자만심 때문에 (ㅋㅋ)

아울러 젊을 땐 치기어린 당당함 때문에 두려운 것도 별로 없고 神에 대해서도 냉소하게 되지 않나?

아니면 자기의 비탄이 너무 커서 신에 대한 반발심이 커질 수도 있겠군.

 

동전 던지기? 뭔가 사연이 있는 돌바닥의 그림.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그런 거 같은데 찾아보기 귀찮다 -_-

귀차니즘의 역습!! ㅡ_ㅡ;;;

 

 

구소련 붕괴 이전 모스크바는 지금 이보다 더 당당하고 행복한 모습이었을까.

러시아 자체의 위상은 솔직히 많이 볼품없어졌다. 세계 1위를 다투던 양대산맥에서 지금은 잘 봐줘서 브릭스?? -_-

루블화 통화가치도 나아진 듯은 해도 여전히 별볼일 없고... (그래도 루블화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달러만 받으려던 옛날 생각하면)

특히 모스크바의 영향력이 잘 닿지 않는 중동부의 도시들과 외곽 지역들은 빈곤지수도 높다고 들었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붕괴와 사회변혁을 경험한 국가들이 대개 그렇듯, 빈부차도 심각하다고 한다.

러시아 여성의 매춘도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고, 경제위기에 취약하기는 나머지 브릭스 국가 못지 않고...

이제 미국을 견제하기는 택도 없는 위치로 전락했다. -ㅅ-

군사력도 상대가 안 되는 듯??

결국 장래 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 상대는 EU와 중국뿐인 건가?? 아님 하드라인 아프가니스탄? 밀어부치기 북한??

 

 

모스크바는 물가수준이 세계에서 순위권에 든다.

수입 대비 물가인지, 인플레이션 정도인지, 그 통계의 세세한 전제조건이나 배경, 집계방식은 잘 모르겠지만...

맥도날드와 붉은 광장 부페식 카페테리아에서 먹은 저 음식이 내 주머니 사정으로 감당할 수 있는 최고치였으니 -_-

내 생각엔 웬만한 모스크바 시민들도 맨날 물가상승률이며 생필품 가격 갖고 ㅆㅂㅆㅂ할 것 같다.

한 나라의 수도에 가서 나름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현지음식을 시도해 보려 했는데...

돈도 돈이지만 모스크바에서 몸도 좋지 않아서 너무 설렁설렁 보낸 거 같아 지금 와 아쉬움이 크다.

 

 

 

*

모스크바, 로마, 런던, 아테네, 이스탄불, 룩소르, 뉴욕...

이런 세계적인 도시들, 유구한 역사/정치적 함축성을 내포한 장소들은 내게 늘 조금 부담을 안겨준다.

주마간산 식으로 기념사진 띡 찍으며 인증샷만 남기고 소위 관광명소들만 쏘다니는 건 뭔가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장소에 대한 감상이나 사유에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배제된 것 같아서...

단순히 어디를 다녀왔고 무엇을 보았고 먹었다- 는 식의 피상적인 나열은,

내가 방문한 엄청난-_- 장소에 대한 예의를 다하지 않는 것 같은 찝찝함이 들어,

조금이라도 관련자료를 들춰보고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나름 궁금증을 짜내고 답해보려 한다.

 

근데...

결과적으론 모스크바에서 그러한 *깊이에의 갈망 & 압박감*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ㅅ-

왜냐면 모스크바에서 이틀 동안은 관광도 해야 하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 준비도 해야 되지, 마지막 교통편 예약-

(러시아 최동단의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국 속초로 가는 페리)까지 하느라 시간이 너무나 촉박했거든. @_@

깊이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희망과 압박감도 힘겹고 조금 번거로웠다.

머리에 든 게 있어야지 궁금한 것도 생기고 그럴듯한 결론도 도출하지, 하이고... ㅡ_ㅡ;;;

 

 

스탈린 시대 건축물인가. 모스크바 대학을 연상시키는 이런 무지꽁한 건축물들이 복제배아마냥 모스크바 시 곳곳에 흩어져 있다.

꼭대기에 올라가서 시내 야경보면 죽여줬을 텐데... 아...

 

 

그래도 더욱 허무한 건, 촉박한 일정, 안이해진 마인드, 몸의 컨디션 외에-

너무 어이없는 이유로 반쪽자리 모스크바 관광을 했다는 것 (노보데비치 수도원에 아르바트 거리도 빼먹는 관광객이 있을까 -_-).

모스크바에서 3일동안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이르쿠츠크까지 갈 걸 감안해,

미리 옷들을 깨끗하게 빨아서 말려놓으려고 호스텔에서 세탁&드라이를 하려 했는데 세탁기가 죄다 사용중.

결국 카운터의 맹한 여자애한테 누누히 오후안에 대신 세탁 & 드라이를 부탁했는데, 몇 시간 후에 돌아와 보니 옷들은 여전히 젖어있고~

바깥 날씨는 겁나게 춥고 돌풍이 몰아치지, 얼어죽겠지, 긴 옷들은 다 빨았고 말리려면 몇 시간 걸리지... ㅠㅠ

창피하게 담요를 쓰고 노보데비치 수도원과 아르바트 거리에 가서 몇 시간을 보낼 수도 없고 ㅠㅠ

결국 짜증도 치밀고 맹한 스탭한테 화가 잔뜩 나서 일정을 죄다 스킵해 버렸다. 그렇게 내가 누누히 시간안에 해 달라고 부탁했건만 ㅠㅠ

(호스텔 근처에 기차표 구하러 갈 때도, 맹한 스탭한테 긴 옷 빌려입고 겨우 다녀왔다, ㅉㅉ)

여행중엔 별일이 다 생긴다지만 이렇게 허무한 때가... >_<

 

모스크바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밤 자정 넘어 출발하는 모스크바 -> 이르쿠츠크(Irkutsk) 행 열차에 오른다.

무려 72시간의 논스탑 열차여행. 내 일생에 있어 첫번째 장기 열차탑승 파노라마가 되겠지. 가슴이 뛴다.

드디어 꿈꿔오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보는구나 ㅠ_ㅠ

약간 긴장해서 미리 부모님께 전화도 드리고 소지품도 몇 번씩 확인하고 화장실에 샤워도 다 해치워 뒀다(앞으로 3일간 샤워는 꿈)-

친구들에게 이메일도 보내고 엽서도 쓰고 일기장도 챙기고 아이팟도 완충해 놓았다.

 

*친구들아, 드디어 두 시간 후면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 올라 있을 거야. 행운을 빌어줘!! :)"*

 

하물며 열시간 남짓의 야간버스/열차이동도 준비할 게 한가득인데(세수/양치질/화장실/기초화장품 등), 3일간의 이동이야 당근~

 

그러나-

결정적으로 엽서는 공들여 다 써놓고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왕창 사놓은 예쁜 카렌다/우표뭉치들과 함께 호스텔에 냅두고 와 버렸고 ㅠㅠ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려다 호스텔에서 늦게 나서는 바람에, 열차 출발 5분도 채 못 남겨두고 플래폼에서 아슬아슬하게 골인했다.

(안내인도 없고 마음이 급하다 보니 혼비백산, 열차 탑승 플래폼 안내 전광판도 안 들어오고 정신 못 차리고 있었다.)

마침 구세주처럼 나타난, 그 예쁘고 친절한 영어하는 아가씨 아니었음 열차 놓치고 돈 날리고 다시 티켓전쟁에 뛰어들어야 했을지도...

열차까지 안내해 주고 출발할 때 손도 흔들어 줬다. 아, 신세도 못 갚고 ㅠ_ㅠ

 

May I help you...?? Do you have any problem??

그 위기일발의 순간에 그 말은 얼마나 마법처럼 들리던지... 나도 앞으로 많이 써 먹어야지.

may i help you??

do you need help??

도와드릴까요??

:)

 

이젠 드디어 시베리아를 가른다. 열차 속에서~~~ ^-^

 

출처 : 여자 혼자가는 여행
글쓴이 : halfmoonwish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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