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친구네 장례식장에 다녀 오는길.
항상 다니던 좁은 골목길을 조심스럽게 접어 드는데
문 닫힌 가게앞 계단에 쪼그려 앉은 젊은 여자가
엎드려 울고 있다.
실연이라도 당했나 생각 하며 무심코 집으로 향하는데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를 들어서자 마자
어린 여자아이가 얇은 내의 바람에
머리는 산발인체 울며 내 차로 달려든다.
늦은 밤이라 그런지 주위엔 아무도 없다.
난 내가 사고 낸줄 알고 허둥 지둥 내리는데
아이는 또 기절 할듯이 울부짖으며 지 엄마를 찾아 달랜다
예전에 미술 학원을 하던 시절
아이들을 잘 다룬다는 소릴 들어온 실력으로
아이의 눈을 보며 소통을 시작..
나 ;; "네가 그렇게 울면서 이야기하면
아줌마가 못 알아 들어 널 도와 줄수가 없단다
자~ 울지 말고.. 집은 어디니?"
아이;; "우리집 어딘지 몰라요~~.울엄마 찾아 주세요"
나;; " 너 이동네 사니? 그런데 너네집 몰라? "
아이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우리집 몰라요~
근데요.. 자고 일어나 보니까 엄마랑 아빠랑 없어요.."
나;; 그럼 우선 아줌마 집으로 가서 엄마를 찾아보자"
아이;; " 그럼 꼭 우리 엄마 찾아 주세요"
우선 경비실 아저씨께 아이를 아느냐 여쭤보니 모르신단다
우리집 연락처를 적어놓고 우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속옷 바람의아이가 추울까봐 내 머플러를 둘러 주니
괜찮다며 아주 단호하게 사양 한다
(어쭈 !!어린게 여간내기가 아니네..)
딸아이들을 비롯해 식구들이
놀라서 우는 아이 달래느라 정신이 없다
아이는 울음을 참다가 또 대성 통곡을 하며
엄마를 찾아 달라고 보채고..
눈물 콧물로 범벅이된 아이를 우선 닦아주느라 머리를 쓸어 넘기는데
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아이;; 안돼요! 앞머리를 내려야 난 어울린단 말예요!! ""
달래던 딸아이는 헉!!!!..
난 멍!!!!!!....
(고 작은 녀석이 보통이 아니다....)
아이와 실랑이를 하며 진을 빼고 있는데
한참만에 아이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이 엄마에게 아이를 인계 하는데 두모녀가 부둥켜 안고
한밤중 아파트가 떠나가도록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다.
알고 보니 골목길 가게앞에서
울고 있던 그 젊은 아낙네가 그 아이엄마였다
사연인즉..이젊은 부부가 아이를 재워놓고
부부싸움을 하다가 홧김에 각자가 잠시 집을나간 사이에
아이가 없어졌단다
술이취해서 늦게 돌아온 젊은 아빠와
셋이서 부둥켜 안고 또다시 대성통곡..
조용한 아파트의 여기저기에서 창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는 아이 혼자 내버려 두지 말라고..
젊은 애 엄마를 나무라며
오늘의 에피소드는 끝이 났다.
미안 하다며.. 고맙다며..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
젊은 부부의 인사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 오는데 피식하니 웃음이 난다
살면서 많은것을 겪게 되겠지만 저아이는 오늘을 기억이나 할까??
몇일이 지났는데 그 가족이 궁금하다.
잘 살겠지?... 그 와중에 자기는 앞머리를 내려야 어울린다며
당돌하게 외치던 그아이는 지금 무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