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밖의 풍경 #/** 마음 한소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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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1004 2015. 7. 22. 22:39
  • 아산병원 서관 12층 125병동.
    암환자들이 항암치료를 받는 곳이다.
    어느 누구도 밝은 얼굴이 없다.
    그늘지고 지치고 공포스런 그런 얼굴만이 있을 뿐...

    몇년전. 
    안개낀 어두운 새벽길을 그렇게 달려
    애절하게, 절박하게,
    그리고 외롭게 병상을 지키던 시절,
    올림픽 대교의 어스름한 불빛을 보며
    그렇게 서러워하며

다시는 와서는 안되는 곳이라고...
다시는, 다시는 오지않게 해달라며
간절히 기도하던 그 두해의 지난 시간들...

지금 또다시 난  이곳에 앉아있다.
시골에서 올라온 듯한 초췌한 부부의 병상.
그리고 젊디 젊은 청춘임에도
병고에 지쳐 철퍼덕 누워있는 환우들..

그리고 습관된 미소로
습관된 친절을 베푸는 간호사 언니들...
근데 여기 암병동 간호사 언니들의 유니폼이
하얀 가운이 아니고 초록색 수술복인건 왜일까...?
왠지 모를 긴박한 죽음의 냄새가 난다.
초라하게 쭈그려 않은 보호자도

청진기를 목에건 의사도 
그저 그저... 지쳐있을 뿐이다.

난 익숙한 몸짓으로

병원시트위에 집에서 가져온
내가 좋아하는 꽃무늬 퀼트 이불을 꺼내
남편을 덮어주고
또 익숙한 몸짓으로 보온병에 물을 담는다.
그리고 머리에서 그냥 흘러버리는 
성서 귀절을 색연필을 칠해가며

읽고 또 읽는다.


죽음을 가까이에서

 막연함이 아닌
너무도 가까운 곳에서

그것을 느낀다.
가슴이 서늘하도록...


넓고 휑한 로비를 돌아
구석진 어느 지하병동 에서 방사선을 쏘이고
매점에서 먹지도 않을

옛날 크림빵과 콩우유를 사들고 

맥없이 돌아와
불확실하고 불안한 미래를

애써 부정하며

평화스런 가면을 쓰고

아무렇지고 않은 듯이

그렇게 병상을 지킨다.

 

그리고,,,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끝도없이

 매듭 묵주를 엮는다 

 


불안해 하는 가족들의

간절한 눈빛들을 생각하며
애써 태연하게

 전장의 대장처럼 늠름한 척,
이렇게 망연하게

또 그냥 앉아있다.
남편의 공포와 나의 공포 중

어느 쪽이 더 무거울지..
내가 믿는 하느님도 모르시리라.


이 전쟁이 끝나기를.
코를 불며 잠이 든,
보기엔 너무도 잘 생기고

건장한 남편의 얼굴을 보며
간절히 간절히 기도한다.
한때는 너무 미워 차라리 죽어 주었으면..하고
가만히 중얼거리다 죄책감에 고백소에 앉아
숨죽이며 통회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살아서 그늘이...

허접하더라도 나의 그늘이
아니.. 우리 가족의 그늘이 되어주기를

제발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제발...

 이제 그만 하기를...


                                by  화신(flower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