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요르단)#

[스크랩] [시리아] 크락 데 슈발리에_ 봉쇄와 고립. Open Yourself...

flower1004 2010. 2. 19. 16:52

 

크락 데 슈발리에 城을 찾다- 

 

 

크락 데 슈발리에(Crac des Chevaliers)는 매우 견고하고 아름다운 성으로 팔미라와 더불어 시리아 최고의 관광지이다.

1031년 홈스(Homs)의 군주에 의해 내부성이 건설되었고, 12세기 십자군이 점령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확장 공사를 했고 외벽을 쌓아 1170년 완공하였다. 오스만 제국이 아라비아 반도 전역을 점령할 시 술탄 바이바르스에 의해 이곳도 1271년 3월 3일부터 4월 8일까지 한 달에 걸쳐 포위와 공격을 받다 지원 세력을 받지 못하던 십자군의 항복으로 넘어갔다.

성의 정문 입구 위쪽 벽에 아랍어로 쓰여진 글이 있는데 술탄 바이바르스의 용맹성에 대해 극찬한 내용이라 한다.

 

  성은 2개의 구역으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마굿간과 타워가 있는 외각 성벽이고 나머지는 안쪽 가파른 언덕 위에 세워진 성이다.

외벽과 내벽 사이에는 깊은 도랑이 파져 있는데 이전에는 빗물을 저장하여 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물은 적의 침략으로부터 보호도 하고 군마를 위해 사용되었다. 마굿간은 물과 먹을 것을 주던 구유 모습의 형태가 아직도 남아 있다.

원형의 남서 타워(south-west tower)는 포를 넣는 구멍으로 몰려오는 적들을 바라볼 수 있다.

성벽의 꼭대기에서는 아찔한 높이와 함께 주위의 전경을 만끽할 수 있다.

 

- 위키대백과, 한국-

 


 그렇다.

'천공의 성 라퓨타' 의 모델이기도 했다는 그 유명한 '크락 데 슈발리에' 를 찾는다.

중세 건축의 백미이자, 자료에 의하면 과학적이고 기능적 설계로 난공불락의 요새로 등극했다는 그 성.

흔히 꿈꾸는 동화속의 성이라 할 만 한데, 사실 내 꿈의 버젼은 크락(crac)식보다는 찌를듯한 높은 탑과 샤프한 이미지로 점철된 성이 일단 아웃- -_-

 

하마에서 홈스를 거쳐 구불구불 언덕을 올라 드디어 크락 데 슈발리에 정문에 닿는다. 

세르비스 택시 창문으로 보이는 성채와 희끄무레한 담벽이 벌써 위풍당당한 용모를 자랑한다.

  

 

크락 데 슈발리에.

google images

 

 

시리아의 유적지 입장료는, 학생할인 받으면 거진 10sp(시리아 파운드)로 통일.

이 얼마나 알흠다운 시스템이냐... ㅠ_ㅠ

그러고 보면 타지마할을 위시해 페트라나 아부심벨 신전처럼, 지나친 뻥튀기 or 외국인 전용가격을 내세우는 유적지들은 반성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유적지 관람을 건너뛰거나 불법 출입을 감수하는 여행자들은 극히 드물겠지만 (약간 찔리는 ㄷㄷㄷ), 관대한 학생할인과 합리적인 일반 입장료를 제시하는 시리아의 유적지들은 타의 모범을 보인다 할 수 있겠다. :-)

 

 

외성을 쌓고, 그 안에 또다시 내성을 쌓았다.

당시에는 적의 동태를 파악하는 절체절명의 교두보였겠지만,

이제는 발 아래 드넓게 펼쳐진 평원을 조망하는 테라스이자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google images.

성채 안에는 온갖 시설이 다 있다.

침실, 무기고, 저장고, 마굿간, 화장실, 신전...

난공불락의 요새로 몇 년을 외부와의 소통없이 버텨내려면 당연한 듯. 

 

 

google images.

높고 시원한 아치. 고딕 양식의 성당들이 떠오른다.

돌 위에 새겨져 있는 그... 뭣이냐, 어떤 문자인지 까먹었다 ㅠ_ㅠ

 

 

화장실이었던가, 저장고였던가, 환기구였던가...

아무리 명분은 좋아도 이 곳에서 적에게 포위돼 극도의 두려움과 싸우며 몇 년을 보내야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ㅡ_ㅡ

 

 

느닷없이 몰아친 돌풍에 가시거리가 짧아졌지만,

여전히 수 킬로미터 밖의 근황도 족히 파악할 수 있을 성 싶다.

크락이 허물 수 없는 요새로 떠오른 건, 내부적 설계와 군사들의 사기 못지 않게 지리적 이점이 상당하다.

한편 현재 크락 데 슈발리에 주변의 마을은, 그저 소박하고 아담한 시골마을일 뿐이다.

 

 

잡초와 이끼, 들꽃들이 성벽틈 사이로 여기저기 돋아나 있다.

질긴 생명력-.

성은 직각이 아닌 기울어진 형태로 축조해 공격과 방어에 유리하다.

내성에 접근이 힘들게 해자를 깊이 파 물로 채웠다.

(-? 좀 헷갈린다. 각도를 기울여 축조했다고 군사학적으로 뚜렷한 이점이 있나...? -_-)

 

 

수백여년 전 피로 물들었을 그 정원에서,

어린아이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들의 놀이에 열중해 있다.

 

왠지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이 떠오르는구나. ㅎㅎ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다는-?

 

 

사진을 찍어줬던 아저씨 :)

 

 

위험 천만할 듯한 성벽 위를 관광객들은 호젓하게 주위 풍경을 즐기며 따라 걷는다. 

 

 

드넓게 펼쳐진 평원과 구불구불 그 사이로 난 길들.

어렸을 때부터 이런 푸른 언덕이나 바다의 수평선을 보노라면, 그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늘 가슴이 설레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그 뒤에 숨은 존재들이 새롭기는 할 망정, 그다지 신비로운 것들은 아닌 것 같다...

(날씨가 급작스레 나빠져서... 제대로 에러다 ㅠ_ㅠ)

 

 

적의 공격과 세월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성벽.

한 때는 저 멀리서 진격해 오는 아랍 군대를 보고 혼비백산, 상부에 보고하러 뛰어간 보초병도 있었겠지. 

 

 

마치 미로찾기 하는 마냥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주민들의 달콤한 휴식처, 낮잠 땡기기 좋은 장소, 어린이들의 숨바꼭질 터로 변한 앙코르 유적이 눈앞에 선하다.

 

 

밤에 후레쉬 가지고 와 보면 담력체험도 되고 무지 좋을 것 같아.

혼자는 무섭고 (ㅎㅎ),

팀을 짜서 크락 데 슈발리에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미션 수행도 하고 게임도 하고 무서운 얘기도 하며 놀고 싶다 ㅠ_ㅠ

 

 

저 똥배는... 정년 내 것이 아니도다 ㅡ_ㅡ

 

 

적에게 포위됐던 십자군 병사들도, 파란 하늘과 우거진 신록을 보며 전쟁이 한시 빨리 끝나길 간절히 빌었겠지.

실제로 십자군이 장악한 크락 데 슈발리에는, 이슬람 군대의 공격 앞에서 '난공불락'의 성이라기보다 외부의 지원이 끊긴 '고립된' 감옥에 불과했다고 한다. (-론리플래닛 개괄-) 포위와 방어, 공포와 압박감에 지쳐버린 십자군이 '지원군이 오지 않는다'는 이슬람 측의 거짓 서신을 받고 제풀에 백기를 든 것도 이해는 간다.

 독 안에 든 쥐-

설령 아무리 안락하고 강대한 요새속에 자리잡고 있어도, 외부와의 고립은 엄청난 데미지임에 분명할 터-.

오픈, 오픈, 오픈 유어 마인드 & 하트.  ㅡ_ㅡ

어쩌면 자발적인 항복과 오픈마인드가 필요한 대상은, 비단 크락만은 아닐 테지.

 

손자병법 같은 군사학과 전쟁사에 좀더 배경지식이 많았으면 좋았을 뻔 했다.

 

단적으로 크락 데 슈발리에는,

느닷없는 돌풍으로 추위에 고생하고,

엽서파는 시리아 아저씨의 공짜 가이드 & 사진사 서비스를 즐기고,

친절한 기념품 판매 아저씨의 배려로 돌아가는 교통편을 섭외할 때까지 두툼한 옷을 빌려입고,

돌아가는 교통편이 끊겨 겨우겨우 세르비스 택시를 흥정해 가까스로 홈스로 돌아온 기억이 강렬하다.

 

그리고 성 밑으로 펼쳐지는 너무나 단조로우면서도 평화로운 평원의 마을들-

길가에 우거진 풀 속에는 샛노란 들꽃들이 가뜩 피어, 지나가는 자동차 매연에 가냘프게 휘날리고 있었다.

내게 인상적인 건, 역시 그런 것들인가 보다. 

 

출처 : 여자 혼자가는 여행
글쓴이 : halfmoonwish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