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나의 일정은 요르단 -> 이스라엘 -> 시리아, 이 순서지만 내키는대로 쓰는 여행기다 보니 시리아가 먼저 나온다. 흠흠 ㅡㅡ;
시리아(Syria)
이스라엘에서 2주일을 보내고, 예루살렘에서 후세인 브릿지를 거쳐 다시 암만으로 돌아왔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Damascus)까지 택시를 섭외해 놓고 암만 시내를 마지막으로 소요한다.
시리아 국경을 넘을 때는 이미 늦은 오후.
시리아는 이웃 레바논이나 이스라엘에 가려 최근 '중동의 화약고'란 오명은 잠시 벗어났으나, 골란고원(Golan Heights)을 둘러싼 이스라엘과의 영토분쟁이나 국민들의 자유억압, 발언권 탄압, 독재 등으로 여전히 대외 이미지가 밝은 국가는 아니다. 특히 미국과의 마찰로 미국인들은 시리아 입국 비자 받기도 유난히 까다롭고 시리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쉽게 버리지 못한다. 반면 북한과는 절친한 관계-_-를 과시하는 수교국으로, 북한 출신에겐 비자도 필요없다.
이스라엘과의 악감정으로 이스라엘에 다녀온 기미가 보이는 외국인 역시 입국이 불가하다. 후세인 브릿지를 통해 이스라엘에 다녀왔고 여권에 이스라엘 출입국 스탬프도 받지 않은 나지만, 그래서 입국심사 때는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어쨌거나- 별탈없이 입국을 허가받았다. :-)
아니나 다를까, 느려터진 일처리 탓에 몇 번씩이나 여러 창구를 오가고 사무소 옆 인지대 판매소에 가 일일이 우표를 구입하고 (소액권으로 족히 10장 이상) 풀로 붙여 제출하는 등 번거로운 수고는 겪었으나 결과는 통과.
동승했던 미국 이민간 시리아 아저씨는 별 문제도 없는 듯 한데 비자가 안 나와 그 날 밤을 출입국 사무소에 잡혀있게 생겼다.
낙담한 그의 시리아인 조카는 짐을 챙겨 택시에서 내리며 내게 작별인사를 건넨다.
- 설마 조마조마했는데 역시 미국 여권이라 그런가. ㅡ_ㅡ;;
별 수 없이 오늘밤은 국경에서 새워야지. ㅠ_ㅠ 다마스커스에 안전하게 도착하고 시리아 여행 잘 해. 멋진 나라니까. :-) -
암만-다마스커스 구간 단골운행 택시기사는 그러고 보니 요르단 출신이 아닌 시리아 사람인가 보다.
국경을 넘자 다마스커스로 직행하기 전, 인근 시골마을의 자기집에 들른다. (느지막히 혼자 택시탈 때 이런 일 있으면 수십번이나 가슴이 허걱-한다 ㅡ_ㅡ) 허름한 주택에서 또다른 사내가 나오더니, 내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는 다짜고짜-_- 차량 내부를 뜯는다. (-_-? 그렇게 승용차 내부 구석구석이 해체되는지는 처음 알았다. 시도를 해 봤어야 말이지... ㄷㄷㄷ) 관세를 피하려는 건지, 밀수품인지 작은 상자에 쌓인 물품들을 빼곡히 집어넣고는 다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원상태로 복귀시킨다.
도대체 뭘까 -_-?
생필품은 아닐테고, 마약도 아닌 것 같던데, 한 두번한 솜씨가 아닌데 저렇게 해서 안 걸리나? 뽀록나면 택시 자격정지는 기본?
사위는 어두워오고, 창밖으론 드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어스름이 깔린 저 편으로 간간이 헤드라이트 불빛이 명멸한다.
새삼 집을 떠나 홀로 멀리도 왔다는 느낌에 기분이 묘하다.
간간이 지나치는 아직은 판독이 가능한 표지판에는, IRAQ란 영어가 눈에 띈다.
오호~~~ 드디어 내가 '문제의 영토'에 들어섰단 느낌이 제대로 든다. 이게 진정한 아랍 삘??
아프가니스탄만큼은 아니지만 이라크 가까이까지 와 보다니 괜시리 가슴이 뛴다.
물론 이 곳에 사는 미들이스턴들은 마냥 평범하고 일상을 즐기는 소시민들이지만- (좀 느끼한 걸 제외하곤 ㅠ_ㅠ)
다마스커스 근교에서 호텔을 찾기 위해 시내 중심까지 택시를 갈아탔다.
하필 이 방정맞은 퉁퉁한 기사 아저씨가 역한 입냄새를 풍기며 성추행을 시도해-_- 초장부터 기분이 잡친다. ㅡ_ㅡ+
리얼 중동의 강렬한 계시가 느껴지는 것 같다. 새침한 이스라엘에서 넘어와서 더 그런 건가.
Colorful Days @ 다마스커스
다마스커스엔 유명한 배낭여행자 숙소가 두 곳 있다.
알라비(Al-Rabie)와 알하라민(Al-Haramin). 입담으로나 론리플래닛의 추천으로나 만족도가 유달리 높은 곳이다.
퇴락한 듯한 골목어귀에, 옛스럽고 넓은 주택을 차지한 두 숙소는 인테리어부터 시리아틱(?)하고 운치있다.
그러나 늦게 다마스커스에 도착한 탓인지, 리셉션에 문의해 본 결과 역시 방은 FULL.
눈물을 머금고 차선책으로 근처의 Ghazal Hotel에 묵기로 했다.
앞의 두 곳들만큼은 아니지만 깔끔한 인테리어에 공짜 조식으로 그런대로 묵을 만 하다.
Gazhal Hotel의 공짜 조식.
공짜답게 변변치 못하다. -_- 배는 거의 저 빵으로 채우는 셈;;;
다마스커스란 이름은 굉장히 신화적이고 아련하게 들린다.
현재는 중동에 위치해 있지만 크리스트교적 유래가 강해, 이슬람과 크리스찬, 과거와 현재가 신랄하게 어우러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내게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다마스커스 나들이 나서본다.
대통령 Bashar al-Assad.
여론탄압은 분명 존재하지만 시리아인들의 대통령에 대한 믿음은 강한 것 같다.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강경하고 주체적인 노선 때문인가.
소액 우표에도 알아싸드 대통령이 그려져있다.
다마스커스 올드쿼터 내의 수크(Souk-시장).
중동에 오면 이같은 수크를 구경하는 게 쏠쏠한 재미다.
금박을 두른 화려한 숄과 싸구려 반지, 밸리댄서 의상과 기념품, 해적판 DVD와 중국제 짝퉁제품 등 온갖 잡기들이 즐비하다.
좁은 골목을 두리번거리다 보면, 알라딘의 요술램프나 싸구려 골동품삘 나는 악세사리, 아라비아 문양이 돋보이는 수제장식들도 운 좋게 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유서깊은 수크, 상인들의 일상 속으로 흘러들어가 보자.
시장을 빠져나와 우마야드 모스크로 이르는 입구.
과거 로마시대 아치가 아직도 건재히 서 있다.
우마야드 모스크(Umayyad Mosque)
이슬람 4대 성지로 꼽힐 만큼 중동 내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자랑하는 모스크.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을 모델로 건축되어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동시에 세례자 요한과 예언자 모하멧의 손자 후세인을 모신 영묘(?)가 있는 사원이기도 하다.
로마시대에는 주피터 신전, 비잔틴 시대에는 성당, 그 후 이슬람 시대에는 모스크로 시대의 굴곡을 품고 흘러온 역사의 산 증인이다.
헤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은 모스크 입구에서 무료로 가운을 대여해 주기도 한다.
카키색의 우중충하고 칙칙한 전신 가운이다. 이걸 걸치면 마치 '장미의 이름'의 중세 수도사가 된 기분 ㅎㅎ
우마야드 모스크 입구 중 하나.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여기가 prisoners of Karbala were made to stand at for 72 hours - "Bāb as-Sā‘at" ...
뭐 이랬던 곳이라는데... -_- 너무 깊게 들어가려니 골치아프다...)
훤하고 널찍한 회랑.
하늘도 반사할 듯 반질거리는 대리석 바닥이 피로에 지친 발을 기분좋게 식혀준다.
모스크 내부.
폭신한 카펫이 깔려있고, 신자들은 여기저기 철퍼덕 주저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한다.
아예 엎어져 세상 모르고 낮잠에 빠져있는 사람들도 있다.
모스크라는 게 엄격한 신앙고백과 철저한 기도보다도, 신자들의 사교와 휴식의 장(場)으로 기능하는 느낌이다.
스파르타식 엄격함으로 상징되는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조금 누그러지는 것 같다.
성당, 교회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세밀하게 채색된 창문들, 그리고 화려한 기둥과 테라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슬람 사원들도 어지간히 화려하다.
벽의 덕지덕지 얼룩은 복원하면서 생긴 건지, 아니면 성당을 이슬람 사원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긴 건지...
신성한 영묘라고는 해도, 결국 까놓고 말하자면 모스크 안에 무덤이 있다는 소리인데(ㄷㄷㄷ),
동요되기는 커녕 너무나 평온해 보이는 사람들이 은근 대단해 보인다.
근데 왜 나는 이렇게 꺼림칙할까. -_-
하지만 영안실이 안치된 성당에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내 자신을 떠올리면,
역시 모든 것은 익숙함, 그리고 신앙의 힘일련지도-.
친절히 훌륭한 구도로 독사진을 찍어준 부부.
('훌륭한 구도'를 강조하는 이유는, 도대체가 어이 반푼어치 없는 허접구도로 사진찍어주는 현지인들이 즐비하기 때문.
예를 들면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독사진을 부탁하면, 피라미드 위꼭대기는 잘라먹고 셔터만 누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도대체 카메라 액정은 보고 셔터를 누르는 건지... ㅠㅠ)
아라베스크, 온갖 기하학적 문양들, 화려한 색감과 채색이 돋보인다.
윗편의 나무와 숲 그림은 이상향을 상징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거침없이 뛰노는 아이들.
그랴, 좋~을 때다...
골수 이슬람에 대한 거부감이나 모호한 두려움이 조금은 걷어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자유롭고 거침없는 사교의 장이 되는 모스크를 보노라면-.
이슬람에 대한 섣부른 편견을 덜어버리려 하지만 만만치 않다.
이집트 카이로의 한 모스크를 방문했을 때는, 다양한 언어로 인쇄된 '어떻게 이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가' 란 제목의 책자를 나눠주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웹사이트도 있는 걸 보면 非이슬람들의 편견과 거부감을 완화시키는 데 목적을 둔 범이슬람적 단체같다. 시리아 모스크들에서도 수북히 쌓여있는 그 책자를 발견했으니. ㅎㅎ
안타깝게도 한국어 책자는 없었으나, 카이로에서 영어와 일본어판을 받아와 나름 꼼꼼히, 최대한 고정관념은 배제한 채 읽어봤었다.
그러나- 결국 책을 다 덮을 때쯤 나오는 소리란... -_-;;
그래서 결국 결론이 뭐냐고... ㅡ_ㅡ;;
이슬람에 대한 객관적 변호보다는, 다른 종교 -유대교, 크리스트교- 에 대한 비난과 물귀신 작전이 태반이다.
특히, 원색적으로 표현하자면 이같은 구절들 - 이슬람뿐 아니라 과거의 관습을 보면 유대교나 크리스트교나 여자를 인간 취급 안 한 건 매한가지였다- 에 안 그래도 불편한 심기가 더욱 틀어졌다.
(그 단체 아무래도 편집인 바꿔야 될 것 같다. 유명한 학자에 교수라는 권위만 내세우지 말구- 이래선 도리어 역효과일 듯)
예의상 나와 같이 책자를 받아온 히로시는, 일본어 책자임에도 불구, 펼쳐보지도 않고 도미토리 한 구석에 쳐박아 놓았다.
- 안 읽어 봐?
내가 묻자 자기는 이슬람에 적대적이고 뭔 얘기가 적혀있을지도 어차피 뻔하니 흥미없단다.
가히 오픈마인드라 할 수는 없지만 솔직한 건 맘에 든다. 당최 너무 오픈마인드여도 문제이지 않겠어 ㅎㅎ
리서치도 해 보고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하려 해도, 이슬람은 내게 너무 먼 당신이다.
(노트를 뒤져 그 책자를 발간하는 웹사이트 정보를 찾아봤다. 관심있는 분들은 고고~)
A brief illustrated guide to Understanding Islam-
시샤(중동식 물담배)를 피고, 차를 마시고, 맑게 갠 하늘과 느지막한 오후 햇살을 즐기며-
얼씨구, 모두들 신났다.
슈와르마(샌드위치 랩...)?
얇게 저민 부드러운 닭고기가 들어간 슈와르마, 너무 맛있어서 두 번이나 주문한... ㅎㅎ
달지 않은 요거트와 곁들이면 이것이 파라다이스... ㅠ_ㅠ
(역시 난 먹는 것에서 파라다이스를 찾아야 하는 것인가... OTL )
저 청년이 입은 것은 베트남 티셔츠? ㅎㅎ
중동풍 수크의 기분이 물씬 풍긴다.
우마야드 모스크를 나와 뒷편 골목들을 따라 늘어서 있는 상점들을 구경한다.
차도 마시고, 요거트도 먹고, made in china (역시나 ㅡ_ㅡ) 야구모자도 흥정해 구입하고,
중동사람들이 머리에 두르는 커다란 체크무늬 코피아도 두어 장 샀다.
사 놓고는 짐만 된다고 후회했다. 너무 크고 두꺼워서 숄로 쓰기는 벅차다. 보자기로나...
뒷골목을 전전하다 발견한 포스터들의 숲.
알림판. 잘 살펴보면 무료 공연이나 외국인을 겨냥한 콘서트, 커뮤니티 모임 등 알짜배기 정보들이 많다.
다마스커스에서 짱 박을 수 있다면 고려해 볼 텐데 좀 안타깝다.
이래저래 expat life(해외 주재원 생활)는 범위가 협소한 대신 늘 흥미롭고 기회가 더 풍부한 것도 같다.
티벳의 타르초(기도깃발), 운동회 만국기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매개체.
근데 당최 뭐라는 소리야? -_-
저 곳은 하맘(Hamam_사우나)으로 기억된다만-
차(茶)를 파는 전통복장 사내.
저 사람한테 차를 사 마시면 돈 더 줘야 하지 않을까. 팁으로라도... -_-
이 곳 사람들은 茶가 일상이 돼 있다. 구 소비에트 연방이나 영국, 중국, 인도...
그러고 보면 한국인들의 차 사랑은 아직도 한참 멀은 거다. ㅎㅎ
교통경찰이 보는 앞에서 배짱좋게 무단횡단하는 아이들.
물론 제지를 받긴 했다.
근데 등에 한 보따리씩 짊어지고 부리나케 어딘가로 향하는 거 보면, 보통 아이들은 아닌 듯.
넝마주이인지 아니면 도망자인지...
다마스커스의 선명하고 해맑은 노란색 택시들은, 잿빛 도시의 위화감을 한층 감해준다.
누군가는 도시의 헤모글로빈이라고 지칭했더만은... ㅎㅎ 발랄유쾌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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