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스크랩] [터키 동부] 마르딘(Mardin) _메소포타미아 평원을 바라보며

flower1004 2010. 2. 19. 15:53

 

마르딘이라... 이름도 어쩜 동화틱하다.

시리아와의 국경을 불과 20km 앞에 둔, 메소포타미아 평원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마을.

가이드북에 따르면 터키 인기 드라마 배경으로 방영된 이후 국내관광객들의 방문이 급증했다고 한다. 

 

fancy, posh... 따위랑은 거리가 멀지만, 마치 입안에 녹는 듯 달콤하고 향이 묻어나는 이름, '마르딘'.

배가 고파서였나. 향긋한 버터향에 아몬드 슬라이스를 듬뿍 얹은 우유처럼 부드러운 과자, 마들렌이 오버랩됐다.

그 뽀얀 속살에 새콤한 레몬즙... 아- 살이 찔 징조... -_-

실제로 따사로운 햇빛을 쬐고 있는 마르딘은, 오븐속에 자잘하게 구워져가는 2단, 3단 케이크처럼 보인다.

동화에 나오는 과자로 만들어진 집처럼, 햇볕에 계속 놓아두면 이내 녹아흘러내려 흔적만 남을 것 같은 꿀빛 가옥들.

 

마르딘 주민들이 들으면 졸지에 식탐의 대상에 된 데 분노하겠지만... ^-^

 

 

마르딘으로 가는 돌무쉬 차창에서. 언덕에 그려진 터키의 상징.

 

 

내 사진들이야 워낙 허접이니 그 진가를 담기엔 역부족이고-_-

위성접시는 어디에나 있음. TV를 통해 세상을 담는구나.

미로처럼 얽혀있는 골목길들을 배회하며 낡은 계단, 케밥가게, 이발소, 주택들을 기웃거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스라엘의 마사다 요새, 이란의 마술레와 시리아의 마룰라, 터키 우치히사르가 떠오르는 첫인상.

가 본 곳이 늘어나다 보니 본연의 진가를 발견하기보단 다른 곳과 비교하는 피상성만 강해지는 것 같다. ㅠ_ㅠ  

 

 

마르딘 한켠의 '카시미예 수도원'을 방문하기로 한다.

버스에서 내려 수도원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따라걷는데 점점 구름이 몰려온다. 

카시미예 수도원이나 마르딘이나 날씨빨과 사진빨이 필수인 듯.

 

 

리플렛도 날아가고 어떤 곳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유적지 방문도 이골이 나기보단 신물이 날 뿐이고~ -_-

 

 

나를 내보내 주시오~

 

 

저쪽이 시리아 땅이겠지.

마르딘에서의 가장 큰 수확과 감동은 그 유명한 메소포타미아 평원(!)을 눈에 담은 것.

세계사 교과서나 인류학 다큐에서나 회자되던 그 마법같던 이름~ :)

 

 

터키의 군인들.

약간은 어리버리하고 순진한 그 미소가 괜한 긴장감을 덜어준다.

 

 

kite runner ㅎㅎ

 

 

우산도 없는데 수도원에서 마르딘으로 돌아오는 길에 돌풍이 불고 비가 쏟아진다.

결국 느긋하게 돌아보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버스를 집어타고 피신...

 

돌아가는 길에 보니, 구시가지 외곽으로 색색의 콘크리트 건물과 신식상점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다.

때마침 들이닥친 성난하늘과 흩뿌리는 비만 아니라면 한결 보람있는 하루가 됐을 텐데 -_-

그리고 무엇보다, 인포메이션 센터의 얼굴만 귀여운 자원봉사들이 그에 걸맞는 초초초 기초영어실력만 갖췄어도 -_-

도대체가 '디야르바크르 행 막차가 몇 시에요?' 이런 간단한 문장도 이해 못 하면서 너네 인포센터에 왜 있는 거니...

막차시간 일찍 끊길까 봐 조급하게 다녔잖아. 남녀 학생 쌍으로 붙어서 키득거리기에 여념없고 살판났다는;;

그래도 번지르르한 센터 건물과 공짜 인터넷은 바람직^-^

 

마르딘.

마치 보호색처럼, 주변환경을 닮아 일체가 된 듯한 그 조화.

허접하게 돌아봐 아쉬움은 남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다.

드넓은 호수와 양쪽 눈동자색이 다른 반(Van)고양이로 알려진 동부도시, 반(Van)으로 향한다.

출처 : 여자 혼자가는 여행
글쓴이 : halfmoonwish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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