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날의 단상... #/** 나의 삶.그리고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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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1004 2009. 7. 23. 11:24




 


   숟가락 쥐는 법

'아가야 밥은 오른손으로 먹어야 해'

뒤뚱거리는 숟가락에서
하얀 밥알들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숟가락질로
떨어뜨리며 살았던 많은 인연들
우루루 내 속에서 일어선다

당신에게 쏠렸던 집착도
고쳐 쥐어야 할
내 왼손잡이 사랑이었을까

미안한 마음으로 떨어진 밥알을 줍는다
뭉개져버린 그것들이
그만 버려야 할 추억인 양 안타깝다

기우뚱
헛 숟가락질을 하던 아이가
원망스런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한때 내가 떴던 눈과 똑 같은
저!




   입관


등짐을 벗어놓고
허리도 벗어놓고 할아버지
관속으로 천천히 들어가셨다

생전의 휘어진 허리를
우두둑
오빠가 꺾어 드렸다
봄, 꽃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몸 풀고 일주일도 안 된 고모가
제 설움에 겨워 눈이 붓도록 울었다
오빠는 허리를 꺾어
죄송하다며 울었다
나는 이제 할아버지 지게에
탈 수 없어 울었다

눈물로 단단히 못질 된 관 바깥에서
할아버지가 부려놓은 짐들이
모여앉아 허리 휘도록 울었다
옻칠한 한세상이 막 지나가는 중이었다





   지하철


그는 늘 그런 식이다
바람처럼 왔는가 싶으면 이내
아랫도리부터 열었다
오르가즘을 느낄 사이도 없이
급히 치뤄지는 정사

달아오른
플랫포옴을 혼자 버려두고
그는 벌써 떠나고 있다
변명처럼 기적이
짧게 울었다





   엄마의 손금


산도 깊고 골도 깊어
주저앉아 울어볼 틈새도 없이
바쁜 손바닥
그 시작이 어디인지
아둔한 눈에는 보이지 않고

어느새 엄마는 손바닥 윗목
저승 문턱에서 허리를 편다
이 줄은 부모 복 없이 혼자서 걸어온 길
이 줄은 남편 복 없는 과부, 시퍼런 청상의 길
또 이 줄은 자식 복 없어
근심만 줄레줄레 거느리고 가는 길
질기고 질긴 삼단 같은 생명줄
깊고도 길어 맘대로 놓아버릴 수 없는

살다보면 이런 날 올 줄 알았다고
허리 펴고 숨 한번 크게 쉬는 날
환히 보이더라고
금 투성이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엄마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그 길 다만
마음으로 더듬어 가시네




   나에게 명복을


내가 죽인 아이들이
알콜로 만든 양수 속에서
나를 보며 엄마엄마 부르고 있네

아인슈타인의 두뇌가
음흉하게 기어나와
표구된 첫사랑의 머리 속에서 웃어대고
제 가죽을 들고 어서옵쇼를 외치는
고환이 축 늘어진 남자
아마 잘 입고 잘 먹기 위해
두 눈을 부릅떴겠지

옆구리에 각을 뜨고
심장에 구멍을 뚫어
실핏줄의 미로를 따라 들어가 보면
육체, 그 뜨거운 불판 위에서
졸이고 졸여 기진한 시간은 증발되고
썩지도 못하는 흔적들
초라하게 남아 있겠지

내 유방이 유리방 속에 갇혀
늘어진 채 멍하니 앉아있는데
탱탱한 수유의 시간은 어디에 있는 걸까
단 한명뿐인 조문객 내가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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