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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쥐는 법 '아가야 밥은 오른손으로 먹어야 해' 뒤뚱거리는 숟가락에서 하얀 밥알들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숟가락질로 떨어뜨리며 살았던 많은 인연들 우루루 내 속에서 일어선다 당신에게 쏠렸던 집착도 고쳐 쥐어야 할 내 왼손잡이 사랑이었을까 미안한 마음으로 떨어진 밥알을 줍는다 뭉개져버린 그것들이 그만 버려야 할 추억인 양 안타깝다 기우뚱 헛 숟가락질을 하던 아이가 원망스런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한때 내가 떴던 눈과 똑 같은 저! | |
입관 등짐을 벗어놓고 허리도 벗어놓고 할아버지 관속으로 천천히 들어가셨다 생전의 휘어진 허리를 우두둑 오빠가 꺾어 드렸다 봄, 꽃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몸 풀고 일주일도 안 된 고모가 제 설움에 겨워 눈이 붓도록 울었다 오빠는 허리를 꺾어 죄송하다며 울었다 나는 이제 할아버지 지게에 탈 수 없어 울었다 눈물로 단단히 못질 된 관 바깥에서 할아버지가 부려놓은 짐들이 모여앉아 허리 휘도록 울었다 옻칠한 한세상이 막 지나가는 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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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그는 늘 그런 식이다 바람처럼 왔는가 싶으면 이내 아랫도리부터 열었다 오르가즘을 느낄 사이도 없이 급히 치뤄지는 정사 달아오른 플랫포옴을 혼자 버려두고 그는 벌써 떠나고 있다 변명처럼 기적이 짧게 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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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손금 산도 깊고 골도 깊어 주저앉아 울어볼 틈새도 없이 바쁜 손바닥 그 시작이 어디인지 아둔한 눈에는 보이지 않고 어느새 엄마는 손바닥 윗목 저승 문턱에서 허리를 편다 이 줄은 부모 복 없이 혼자서 걸어온 길 이 줄은 남편 복 없는 과부, 시퍼런 청상의 길 또 이 줄은 자식 복 없어 근심만 줄레줄레 거느리고 가는 길 질기고 질긴 삼단 같은 생명줄 깊고도 길어 맘대로 놓아버릴 수 없는 살다보면 이런 날 올 줄 알았다고 허리 펴고 숨 한번 크게 쉬는 날 환히 보이더라고 금 투성이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엄마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그 길 다만 마음으로 더듬어 가시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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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명복을 내가 죽인 아이들이 알콜로 만든 양수 속에서 나를 보며 엄마엄마 부르고 있네 아인슈타인의 두뇌가 음흉하게 기어나와 표구된 첫사랑의 머리 속에서 웃어대고 제 가죽을 들고 어서옵쇼를 외치는 고환이 축 늘어진 남자 아마 잘 입고 잘 먹기 위해 두 눈을 부릅떴겠지 옆구리에 각을 뜨고 심장에 구멍을 뚫어 실핏줄의 미로를 따라 들어가 보면 육체, 그 뜨거운 불판 위에서 졸이고 졸여 기진한 시간은 증발되고 썩지도 못하는 흔적들 초라하게 남아 있겠지 내 유방이 유리방 속에 갇혀 늘어진 채 멍하니 앉아있는데 탱탱한 수유의 시간은 어디에 있는 걸까 단 한명뿐인 조문객 내가 나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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