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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가지가지 한다. 명색이 언론이라면서 정말 저러고 싶을까. 아무리 '서킹' 전문지라지만, 정말 낯뜨겁고 민망해서 못 봐 주겠다. 이명박 대통령을 빨아주다 못해 '자애로우신 어버이 수령'으로 만들 셈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새벽시장을 찾아 시래기 파는 노점상 할머니를 껴안고 목도리를 줬다 해서 조선일보가 난리다. 전날 오전 인터넷판 메인톱과 포토기사로 바람을 잡더니, 5일자 지면에선 아주 작심하고 눈물을 강요한다. 신파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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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12월 4일자 오전 메인톱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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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면 우측 상단 사진을 보라. 제목부터 "국민은 울고 있다"다. 희한하다. 촛불 든 수백만의 사람들은 국민 축에도 못들었는데, 언제부터 한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게 됐나. 이런 식으로 하자면, "국민은 웃고 있다"는 제목도 가능해진다. '이대로'("이명박 대통령 하자는 대로" 준말-국민일보 12월 4일자 만평)를 외치는 상위 1% '강부자'들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웃고 있다지 않은가.
이 대통령을 붙들고 서럽게 울었다는 시래기 할머니가 그러나 6면에선 돌연 환하게 웃는 얼굴로 등장한다. 이 대통령에게 은혜입은 자를 발빠르게 낚아챈 조선일보의 취재 덕분이다. 이 극적인 표정 변화 앞에서 '할렐루야' 소리가 안튀어 나오면 그 사람은 무조건 빨갱이다. 우는 자를 웃게 만드시는 이 대통령의 전능한 능력을 송축하고 찬미할 지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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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2월 5일자 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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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2월 5일자 6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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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해와 같으신 이 대통령의 크낙한 을 노래했으면, 그 다음엔 그를 대적하는 원수들에 대한 분노와 심판이 이어지는 게 순서다. 조선일보가 <가락동 시래기 할머니의 눈물과 드잡이판 국회>란 제목을 단 사설을 지면 마지막에 배치한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예산안 통과에 비협조적인 민주당을 살포시 밟아주자는 거다. 할머니의 눈물을 빙자해 경제위기의 책임을 민주당에게 오롯이 떠넘기자는 거다. '강부자' 편향의 말썽많은 예산안을 무사통과시키도록 압박하자는 거다. 그러자고 아무 상관없는 '가락동 시래기 할머니의 눈물'과 '드잡이판 국회'를 억지로 한 제목 안에 끼워 넣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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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2월 5일자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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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훈훈한 장면에 <조선> 만평이 빠지면 섭하다. 신경무 화백은 '이명박 감동' 특집을 완성하기 위해 두 할머니를 동시에 소환한다. 가락시장에서 이 대통령 품에 안겨 서럽게 울던 시래기 할머니와 이 대통령 당선에 한 CF주인공 욕쟁이 국밥할매가 그 주인공이다.
경제위기 탓에 더더욱 춥게 느껴지는 겨울, 시래기 할머니 눈물을 닦아주는 이 대통령 뒤에서 욕쟁이 할매가 소리친다. "밥 쳐먹고 나한테 한 약속 꼭 지켜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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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2월 5일자 만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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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이명박 대통령 집권 1년이 다 돼 가는데, "실물경제를 해본 사람이라 허황된 얘기는 하지 않겠다"며 "올해안에 주가 은 간다"던 이 대통령의 큰 소리는 이미 부도나고 쪽박찬지 오랜데, 바로 그 부도와 쪽박에서 시래기 할머니의 눈물이 연유하는 것인데, 그러나 속 이 대통령의 모습은 여전히 국민이 대망하는 경제구원자 이미지 그대로다. 환타스틱한 감동을 창출하기 위해 시간마저 거세시킨 <조선> 만평의 단심이 가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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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한별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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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처 소개하지 못한 <팔면봉>까지 합하면, 이날 조선일보가 가락동 시래기 할머니의 눈물을 우려먹은 꼭지는 무려 5개나 된다. 갯수로만 따져도 중앙일간지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친이명박신문'으로 낙인찍힌 동아일보나 문화일보도 조선일보의 열심엔 턱없이 못 미친다. 막 나가는 조선일보의 충성심이 이 정도다.
그래서 말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나 좋을까. 재래시장 방문과 스킨십이라는 뻔한 구닥다리 정치퍼포먼스 하나만 던져줘도 이렇듯 열과 성을 다해 빨아주는 고마운 신문지가 있으니... 북쪽에 노동신문이 있다면, 남쪽에는 조선일보라, 이 정도면 김정일도 부럽지 않겠고마. 푸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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