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서프] MBC 100분토론 400회 특집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이 정권과 국민과의 소통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홍보 매체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에 대한 신랄한 토론이 시청자들에게 큰 감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당시 패널로 참여했던 가수 신해철씨와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후기를 남겼다.
신 씨는 22일 보도된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우선 ‘비정치인 논객 1위’로 뽑힌 것과 관련 “지금까지 ‘100분토론’에 참여하며 소수 의견 쪽에 서 있었고 수많은 악플의 바다 속에서 헤엄을 쳐왔는데 내가 1위로 뽑혔다는 말은 내 말에 공감을 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존재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고 밝혔다.
|
|
|
|
|
▲ 사진 = MBC 화면캡처 |
|
| 그러나 실제 토론에 대해서는 신 씨는 “개인적으로는 400회 특집이라서 예능프로그램처럼 갈 것이라는 제작진의 섭외에 속았다”며 “완전히 페이스를 잃었다, 실제로 하고 싶었던 말을 10분의 1도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 씨는 큰 반향을 일으켰던 ‘박정희 아닌 전두환의 모습’ 언급에 대해서도 “전두환이 아니라 나치랑 비교하려고 했다”며 “우리 국민들은 총칼, 가 아니라 자기 투표로 선출된 정부에게서 탄압받고 경험이 없다”고 못 다한 말을 이어갔다.
그는 “김영삼 정권 역시 권위적이고 군사독재가 반쯤 섞인 혼혈 잡종이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며 “나치조차도 합법적으로 집권한 정당이다. 파시즘은 대중들의 박수를 받고 권좌에 오른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에 의해 탄압받는 이 경험을 제대로 학습하지 않는다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도 ‘묻지마 투표’를 해 대통령을 뽑을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신 씨는 또 ‘100분토론’에 대해 “애증이 있는 프로그램이다”며 “현 정부가 방송 장악을 시도하고 시사프로들을 폐지하고 국민들의 눈과 입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100분토론’ 만큼은 현 정부가 어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위치는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손석희 개인이 가지는 역시 지금 시국일수록 간절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씨는 이어 “진보든 보수든 누구도 이제 나의 토론 복장 같은 것은 문제 삼지 않고 있다는 점은 큰 변화”라고 덧붙였다.
진 교수도 진보신당 에 후기를 남겼다. 그는 “특정한 이슈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이명박 정권 1년 평가라는 무지막지한 주제를 놓고 초점 없이 이 문제, 저 문제로 옮겨 다니다 보니, 시청자들한테는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을지 몰라도, 논쟁의 랠리가 제대로 이어진 것 같지는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게다가 무려 9명이 출연을 했으니, 한 마디 하고 다음 발언 하려면 몇 사람 발언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다”면서 또한 “홍준표씨가 안 나온 게 좀 아쉬웠다”고 보수논객 1위로 뽑힌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불참을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일정으로 불참하는 대신 사전에 녹화된 축하인사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진 교수는 또 참여한 패널들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유시민 전 장관에게 진 교수는 “아니 사람이 갑자기 왜 그렇게 점잖아졌어요?”라고 달라진 토론 태도에 대해 따져 물었다고 한다. 이에 유 전 장관은 “근신하는 중이라니까”라며 “당신이 옆에서 강공을 펴는데, 나까지 그럴 필요 있나?”라고 답했다.
유 전 장관과 이승환 변호사는 오바마 당선자의 경제 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이 교수가 “오바바가 뭘 하려고 하는 겁니까”라고 묻자 유 전 장관은 “케인즈주의로 돌아가는 것이다, 신케인즈주의라고 한다”며 “한국에서도 조순(전 부총리), 정태인(성공회대 교수, 진보신당 소속)이 다 그쪽이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개그맨 김제동씨에게는 “개그를 참 점잖게 하는 것 같다. 아주 수준이 높다”고 덕담을 했다. 김제동씨가 진 교수, 신해철씨와 담배를 피우는데 “대선배님들 앞에서 어떻게 맞담배질을...”이라며 겸손하게 구석으로 물러나자 진 교수는 “개그맨은 광대입니다. 옛날에도 광대는 임금의 머리 위에 올라앉아도 됐지요”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민일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