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중국)#

[스크랩] 홍콩 #2. 숨쉬는 도시_기다려랏

flower1004 2010. 2. 19. 17:05

 

# 청킹맨셩에서의 체류 외에도, 홍콩은 충분히 재미있는 곳이다.

일단 그 중 하나는 한국이나 일본등과는 다른 진정한(?) 코스모폴리탄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물론 속속들이 자세한 사항은 모르고, 합법적 이민자 수도 떨어지는 걸로 알지만).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기는 하지만, 많은 홍콩인들이 인정하듯 중국본토에 편입되었을 시보다 실제로는 특혜를 받은 셈(또다시 반환되긴 했지만 어쨌건 자치구 신분은 유지하고 있으니). 영국의 영향아래 금융의 중심지로 떠오름과 동시에 각지에서 다양한 풀의 인재들이 몰려들었고(-조금 어폐는 있지만, 막말로 한국과 일본 거리에서 마주치는 서양인은 영어강사들이 대부분인 데 비해, 홍콩의 CBD 지구엔 파견나온 주재원이나 비즈니스맨들이 드물지 않다), 이러한 것들이 형성하는 무국적, 정체성 불명의 혼합(mix) -전통과 첨단, 서양과 동양, 조화와 부조화, 긴장과 완화-이 홍콩 특유의 미묘한 마력에 기여한 듯 하다.

 

 

카오룽과 센트럴을 오가는 스타 페리

 

 

 스타페리를 타고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수십번씩 왕복해도, 갑판 너머로 바라보이는 홍콩섬의 화려한 야경은 질리지 않는다. 단지 천문학적 단위의 볼트가 사용된 아름다운 인공불빛과 그 불빛을 머금고 찰랑이는 바닷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빅토리아 피크에서 바라다보이는 홍콩은, 그 휘황찬란함 이면에 애환이 서려나와 차가운 도시를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미드레벨의 우뚝 솟은 고급 주상복합주택들과 비즈니스 지구의 기하학적인 건축물들을 보며 감탄하다가도, 신계(홍콩 북쪽 new territory)의 주거지구와 카오룽 곳곳에 늘어서 있는 허름하고 비좁은 주택지구를 거닐노라면 다르면서도 닮은 일상의 서사 발견하게 된다. 또한, 홍콩의 상징 중 하나인 아파트 창마다 비죽이 널려있는 빨래들- 알록달록한 천에 배어있는 그 삶의 흔적. 지인들 덕에 미드레벨의 럭셔리 아파트와 몽콕역 근처의 비좁은 아파트 모두에 신세져 봤지만, 결국 그 이형의 모습들은 묘하게 이어져 있었다. 세계 최고의 저출산률, SARS 때 최고점을 찍었던 암울한 경제, 나날이 높아가는 부동산과 전세값 등으로 최근엔 시민들의 데모가 있었다기도 하고, 중국 반환 이후 수위를 더해가는 중국의 간섭과 이미지 하락 등으로 산재한 문제가 한가득인 홍콩이지만, 진지하게 홍콩에서의 취업을 고려하게 할 정도로 내게 인터내셔널한 활기와 개방성 등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것 또한 홍콩이다.

 

 

 

네이선(Nathan) 로드. 사방에 널린 게 여행사에 항공사 등이다.

중국 본토로 들어가려면 홍콩에서 비자 수속이 빠르고 또 경제적이다.

 

 

저렴하게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웰콤 수퍼마켓과 단골 베이커리로 향하는 길 (델리 프랑스는 당근 아님 ㅎㅎ)

아기자기한 미로 같은 홍콩의 골목들.

 

 

빅토리아 피크에서 바라본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

별들이 속삭이는 홍콩...은 솔직히 모르겠고,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왠지 쓸쓸해 온다.

미드레벨의 우뚝 솟은 럭셔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거대도시의 휘황찬란함 뒷켠에 숨은 공허와 애환, 환멸, 그리고 숨은 외로움이 면면히 전해지는 것 같다. 

 

 

# 그 유명해진 [색.계.]의 작가 '장 아이링'은 곧잘 상하이와 홍콩을 자기 소설의 배경으로 삼았다. 그녀의 책에 보면 구불구불,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반복하는 홍콩섬과 그 위를 달리는 자그마한 버스가 아득하게 묘사되는데, 실제로 빅토리아 피크를 버스로 왕복하며, 그리고 친구집에 가느라 택시(그 비싼!)로 경사진 골목을 누비며 아이링의 묘사에 고개를 새삼 주억거렸다.

 친구 때문에 찾은 두 번째 홍콩. 

첫번째 방문과는 사뭇 다르게, 여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온 도시를 찜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공기는 숨이 막혔고, 연이은 태풍으로 거센 비바람과 돌풍이 들이닥쳐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다. 차창에 내려앉은 무수한 빗방울에 네온사인의 잔영이 산산이 부서져 어려있었다.

 현지에 지인이 있다는 건 그만큼 그 장소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됨을 뜻한다. 아울러 여행자 자신의 관찰자로서의 한정된 인식과 간접지식에 의지한 2차 정보외에, 현지에 몸담고 있는 생활인의 좀더 심도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특권을 의미한다. 97년 홍콩 반환을 전후, 중국 편입 후 홍콩의 미래에 비관적인 전망을 지닌 많은 홍콩인들이 해외로 떠났다고 한다. 그 전에도 홍콩의 많은 학생들은 해외에서 곧잘 유학을 하고 그 곳에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한 듯 하다. 두텁고 막강한 화교 베이스- 많은 홍콩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중국본토와 구별해 Chinese가 아닌 Hong Konger(Hongkongese)라고 강조하는데, 어쨌든 싱가폴이든 홍콩이든 화교는 화교이니까-.

  해외대학에서 만난 20대 초반의 홍콩 아이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중국 본토사람과 구별됨 적극 강조하곤 했다. ('하지만 중국에 반환됐잖아? 너도 중국인이라고' -> 그러면 흥분해서 적극 반론, '아니야, 분명히 다르다고! 그럼 넌 남한과 북한이 같다고 생각해? 100년이나 중국과 유리돼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으면 그 차이점을 생각해 봐!')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당당하게 도로를 건너는 보행인들이 부지기수인데,

생각만큼 교통사고 비율은 높지 않다고 한다.

친구 말로는, 워낙에 붐벼서 다운타운에선 차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데-

믿거나 말거나...

 

 

사진이 워낙 없어 기냥... ㅠ_ㅠ

 

 

 물론 개인차, 정도차도 있다. 최근에 만난 홍콩에 거주하는 한 친구는, 자기를 광의의 의미의 Chinese라고 인식하고 또 해외에서 그렇게 자신을 소개한다고 했다. 물론 그 뒤에 본토가 아닌 홍콩에서 왔다는 말을 꼭 덧붙이지만.

"그래도 반환 즈음 홍콩을 떠났던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돌아오고 있는 추세야. 꼭 홍콩의 제반 환경이 나아진 징표라곤 장담할 수 없지만"

 강하지 않은 액센트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친구는 반환 후 홍콩인들의 영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취했다.

 "영어야말로 내 바로 아래 세대 애들이 피해를 좀 많이 봤지. 반환 후에 중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의 경우는, 중국 당국 방침으로 학교에서 중국어로 수업하기를 많이 권장했거든. 나같은 경우는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를 다녔고, 선택 여하에 따라 내 친구들 중 몇몇은 중국어로 수업하는 학교를 다녔지만, 반환 된 후엔 중국어로 교과수업 진행 방침이 적극 강화됐었어. 그래서 나보다 몇 살 어린 애들은 오히려 평균적으로 영어 구사가 좀 떨어지는 거 같아(내 경험으로도 동의. 누가 홍콩인들이 영어를 잘 한다고 했지 -_- 특히 캐주얼한 식당에 가서 주문하거나 뭘 좀 물으려면 으헝 -_-).  

 그래도 좋은 점은- :-D  얼마 전부터 다시 방침이 완화되어서, 학교별 자율 선택권이 강화됐다는 거지."

 

 

얼룩 체크무늬 트램.

한국엔 왜 트램이 다니지 않을까. 아니, 왜 100년 전엔 존재했던 트램이 '아웃'돼 버렸을까.

2층 버스도, 굴절버스도 도입 얘기는 분분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감감 무소식이다.

다 도시계획 전문가들과 민간부문, 정부의 속뜻이 숨어있겠지, 암... -_- (문외한으로서 그 결론밖에... -_-)

그렇지만 홍콩의 트램도, 런던의 더블데커 같은 2층버스도, 태국 챠오프라야 강의 페리도 없는 한국 교통 상황은,

간혹 아쉬움을 자아낸다. 좀더 아날로그적이고 운치있는 교통수단도 하나쯤 있으면 좋겠건만 ㅎㅎ

(H&M, 왜 한국에는 입점하지 않는지 아쉽다. ㅠ_ㅠ 건질만한 중저가 아이템들이 꽤 많았는데...) 

 

 

 

# 홍콩인들 자신(이라기보다는 나의 지인들 몇)과 내가 느끼는 홍콩의 젊은 세대들.

 

남자: 약하다(-_-?). 마초끼나 리드해야 한다는 강박감 등은 별로 없다. 모험심이나 진취적 기상 별로 없음.

        (까놓고 별로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는데... ㅎㅎ?  이 이상은 만난 애들이 워낙 천차만별이라;;)

여자: 한국, 일본 여성들처럼 패션, 화장, 쇼핑등에 관심많고 물질(주의)적. 대체로 착한 듯(역시 만난 애들이 워낙 다 달라서;;;)

 

 

# 누군가는 홍콩을 한국과 대만과 비교하기도 했던 것 같다. 일본의 아직 우월한 기술력과 노하우, 중국의 자원과 무지막지한 노동력 사이에 끼어버린 샌드위치 신세. 그 타개책은 무엇이 될 것인가. 물론 지금은 이 큰 지형도에도 조금씩 균열과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홍콩 역시 자국인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결코 높지 않은 것 같다.

 

"한국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입시학원들이 기승을 부리고 높은 집세와 물가에 사는 것도 팍팍해."

"너무 비좁고 답답하잖아. 물론 관광객으로 며칠, 몇 주 놀러오는 건 좋겠지. 아니면 직장생활로 몇 년 있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하지만 나처럼 그 좁은 도시(국가)에서 태어나 이십몇년을 산다고 생각하면... 어휴... @0@"

"붐비고, 번잡하고, 항상 다들 바쁘고, 그 인파하며...

어렸을 때는 나름 그 활기를 즐겼는데, 이제는 주말이면 스탠리 등 해변이나 페리를 타고 가까운 조용한 섬으로 가서(홍콩의 매력 중 하나가 근린에 조용한 섬들이 많다는 점)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느지막히 다시 센트랄의 나의 집으로 돌아와. 응?? 할머니 같다구? ㅎㅎ 안 그래도 친구들이 놀려. 아무래도 몇 년 후에는 삶의 속도가 느린 다른 나라로 이주하고 싶어."

"홍콩이 답답하면 필리핀 등 인근 동남아나 중국 남부로 기분전환삼아 떠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좁은 곳에 살고 있다는 실감은 떨쳐버리기 힘들어. 한국처럼 가구당 승용차 보유수도 높지 않고, 집은 훨씬 더 비좁은 걸!"

 

 동북 아시아 국가들은 그 유별남 만큼이나 분명 매력도, 문제도 많다. 삶의 질, 삶의 여유... 그리도 안착시키고 이루기 어려운 목표인 걸까. 마인드와 시스템의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긴 하겠지.

 그래도 여행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홍콩에서 체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2~3년 정도 생활인으로서 도시를 느끼고, 그 안에서 호흡하고, 동화될 기회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싱가폴 등과 더불어 드물게 글로벌함이 잘 재현된 곳이고 거기서 파생되는 갈등과 문제들을 큰 무리없이 봉합하고 흡수해 나가는 것 같다. 거대자본과 탐욕과 욕망, 소시민들의 꿈과 애환이 서린 곳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겠지만 홍콩은 그 대비와 얽힘이 뚜렷이 나타나는 듯-, 머지 않은 시기에 다시 찾을 수 있겠지. 비록 무려 9성(?)의 성조를 지녔다는 광동어를 배울 자신은 없지만 말이다. ㅎㅎ

 

 

 

빅토리아 파크에서 돌아오는 길의 센트럴 섬.

도시의 밤은 언제나 재깍, 불을 밝힌 네온사인과 북적거리는 차들의 경적소리로 옷을 갈아입으며 시작된다.

(사진을 날려버리다 보니 ㅠ_ㅠ 홍콩사진은 죄다 어둡고 황량한 톤의 번잡한 도시 사진밖에 없다-) 

 

 

 

 

+) 

단 반나절에 후딱 들른 마카오 사진.

역시 사진 다 날라가고 워낙 서둘러서 쓸 말은 없다. 포르투갈에 온 듯한 착각(가 본 것처럼 ㅎ), 카지노, 비천향 육포, 뭐... 여유되면 며칠간 묵어도 좋을 듯. 중국은 더 이상 하나가 아니라더니(중국본토+홍콩, 싱가폴, 대만, 마카오, 화교 등), 그 말이 과연 맞는 걸까... 그래도 대만에 싱가폴까지 얼렁뚱땅 끼워버리려는 속셈은 순 억지라고 본다. :(

 

 

 

불 타버린 성당.

허울뿐인 시절의 신성로마제국 같다는 ㅎ 

 

 

카지노 어게인?

돈없어 도박은 엄두도 못 내고... -_-

출처 : 여자 혼자가는 여행
글쓴이 : halfmoonwish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