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유럽 성지순례#/(이스라엘여행기)

[스크랩] [이스라엘] 텔 아비브(Tel Aviv)_친구 집에서 신세를. 혼자 여행하는 여자는 만만하다?

flower1004 2010. 2. 19. 15:34

 


텔아비브 (Tel Aviv)

 

여기서부터는 인도에서 만났던 친구, 필립과 함께 한 일정.

지중해변에 자리잡은 빼어난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

필립은 혼자 사는 총각-_-이라 신세져도 될까 잠시 아리송했으나, 개념장착 바른생활 청년으로 기억돼 큰 망설임은 없었다. 

결국 널찍한 텔아비브의 아파트에 신세지며 가까이 자파(Jaffa)와 마사다, 사해까지 같이 돌아봤다.

 

 

텔아비브의 톨게이트. 

wikipedia.org

 

 

아즈리엘리 센터. 

 

 

좀 손발이 오그라드는-_- 건물이로세...

 


 

보다시피 텔아비브는 예루살렘이나 베들레헴 같은 유서깊고 아우라가 우러나는-_- 도시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현재를 보여주는 도시라 하면 맞을까.

내가 텔아비브에 간 목적은 친구 필립을 만나러, 그리고 텔아비브를 베이스로 근교의 사해(Dead Sea)등을 둘러보기 위한 것.

그리고 랩탑 대신에 가지고 다녔던, 어이없게 고장난 휴대용 워드머신(구식 PDA 정도)을 수리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워드머신 수리하는 건 실패해 제때제때 일기를 못 써서, 지금 와 몰아 정리하느라 고생하는 거지만 ㅠ_ㅠ 

 

 

색슈카. 내가 좋아하는 이스라엘 음식

 

 

포도 잎사귀에 싼 라이스.

 

 

어쨌거나 요한 일행과 작별하고 텔아비브 역을 나오니, 친절하게도 마침 필립이 차로 마중나와 있다.

요한의 손에서 필립의 손으로 안전하게 ㅎㅎ 인수인계되어 교외의 아파트로 향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필립은 아직 미혼이지만, 혼자 사는 젊은 남성답지 않게 깔끔하고 나름 센스있게 집안을 꾸며놓았다.

(물론 그가 게이라는 소리는 아니다-_-) 

 

 평일에 필립은 일을 나가야 했기에, 텔아비브에서 머무는 며칠간 나는 오전~이른 오후 내내 필립의 아파트에 줄곧 혼자 보냈다.

마침 원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돼서 밀린 메일도 보내고, 사진 정리도 하고, 앞으로의 터키, 유럽, 러시아 일정 정보도 수집하고 신이 났는데, 그것도 최초 하루가 지나가 슬슬 지루해졌다. 필립이 시간을 온전히 낼 수 있는 주말까지는 아직 이틀이 남았고, 나 역시 인터넷과 떨어지고 싶진 않았으나 지루한 건 사실. -_-

 

 필립은 나를 배려해 종종 집으로 전화를 해 안부를 물어주고, 냉장고도 꽉꽉 채워주고 가끔은 시간을 내서 점심시간에 집으로 오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남의 집에 식충이로 머무는 기분-_-은 달갑지 않다. 가끔은 필립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냉장고의 재료로 나름 간단한 한국요리를 해놓아 볼까,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아닐까 싶어 그만두었다. 대신 내가 사용한 접시 설거지나 하고, 필립이 불편해하지 않을 선에서 대충 집안정리만 하며 컴퓨터를 벗삼아 하루를 보낸다. ㅡ3ㅡ; 

 가이드북으로 커버가 안 되는 생판 모르는 미지의 교외이다 보니, 날씨가 좋아도 멀리 동네 산책을 나갈 마음이 나지 않는다.

이런, 차라리 아~주 친한 친구나 남자친구 집에 묵는 거였으면 차라리 편할 걸 그랬나 ㅡ_ㅡ;;

 

 

필립과 함께 야간 드라이브를 나섰다.

삼각대가 없으니 텔아비브의 야경은 담기가 만만찮다 ㅡ_ㅡ

 

 

그리고 필립의 아파트에서 혼자 집에 쳐박혀 보낸 단 2~3일간, 난 무서운 사실을 깨달았다.

난 아무래도 혼자 살기는 힘들 것 같다는 무시무시한-_-? 진실을...    (그땐 진실처럼 보였다)

역시 결혼해야 하는 걸까. -_- 여행은 혼자가 좋지만 일상은 오히려 다른 것 같았다.

 

아울러 참한 전업주부 생활은 역시 내게 에러란 확신이 강해진다. 

아늑한 아파트에 쳐박혀 여유있는 아침햇살을 벗삼아 커피를 즐기다가도, 이거 원 도저히 답답해서... @_@

 

컴퓨터나 붙잡고 설거지에 냉장고 열어 요리해 먹다 보니 미묘한 기분은 점점 강해진다.

뭐야, 이건 꼭 출근한 남편(필립-_-)을 기다리는 아내 같잖아...?? 오잉? 

 


혼자 여행하는 여인네는 만만해 보이는가-?  ㅡ_ㅡ 

 

 

어쨌거나 필립은 사려깊은 호스트 역할에 충실했다.

이스라엘에서 타이트한 경비로 고생하는 나를 분위기 좋은 맛집에 데려가기도 하고, 야간 드라이브로 텔아비브 시내를 관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도 데려가줬다. 늦은 밤, 지중해변의 인적드문 주택들 사이로 도둑고양이는 우리의 발소리에 놀라 후다닥, 몸을 숨기고, 우리는 공원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구시가지 자파(Jaffa)의 골목을 이리저리 쏘다녔다.

 필립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털끝만치도 없었기에 가뿐하고 하등 신경쓰일 게 없었는데, 하긴, 만약 감정의 소지가 있었다면 애초에 필립의 집에 머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근데 필립은 실망스럽게도-,  우씨 -_-

 

 

주말 오후, 젊은이들이 모이는 텔아비브 다운타운을 찾는다.

길거리 예술가가 두드러지는 목소리를 노래를 뽑아내고 있다. 

 

 

뭔가 유대교와 연관이 있는 상징인 듯 한데, 이렇게 투박하고 촌스러워서야 -_-

 

 

텔아비브 시민들이 조깅, 애완견과의 산책에 여념이 없는 해변.

 

 

지중해에 지는 태양. 이스라엘에서도 지중해의 석양을 목도하다니, 행복하다. :)

 

 

야자수와 무지개 건물.

 

 

쉐라톤 텔아비브.

건축미는 별로 돋보이지 않는...

 

 

나름 테마가 있다고 찍은 건데, 제목을 어떻게 붙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공존?

 

 

필립이 일을 빨리 마친 날, 우리는 근교의 대형 할인매장에 가서 장을 봐왔다.

웬만한 하이퍼마켓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큰 매장이다.

마침 식료품이 떨어져서 가득 채워넣어야 한다며, 필립은 빵과 육류, 과일과 스낵, 음료와 술 등을 카트에 가득히 채워넣는다.

주류코너에도 간다.

 

- 맘에 드는 거 아무거나 골라. :)

 

고르긴, 나야 며칠후면 떠날 건데 니가 골라야지.

종류도 무지 많다. 필립과 나는 맥주와 무알콜 와인(?)을 비롯한 다양한 주류를 빼들고 계산대로 간다.

 

분위기좋은 레스토랑에서 기분좋게 식사를 하고 나서, 우리는 아파트로 돌아와 가벼운 안주와 스낵을 준비해 술을 한잔씩 기울였다.

필립은 지적이고 나보다 몇 살 연상이라 조금은 주관이 더 잡힌 것 같았고, 그래서 이런저런 다양한 대화를 편안히 즐길 수 있었다.

TV를 틀어놓고 밝은 무드등을 밝히고 도수 약한 술과 대화를 곁들이다 보니 마음속의 빗장이 아주 약간 풀린다.

필립과 나는 relationship이나 연애, 남녀관계의 속성등에 대해 살짝 화제를 돌렸다.

 

 

 

구걸 1. 

난 구걸이라고 부를 테다. 우리 집 강아지가 워낙 이같은 동정표로 떼쓰다가 뚱땡이가 돼 버렸으므로- ㅠ_ㅠ

 

 

구걸 2.

우리 명랑 강쥐만큼 동정표 작살이구나 ㅠ_ㅠ 

 

 

나는 어떻고? 냐옹?   ㅡ_ㅡ

 

 

당시 나는 십중팔구 나쁜 자식-_- 때문에 여러모로 속을 끓이고 있었는데, 문제는 나쁜 자식은 늘,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것.  

하지만 웬만해선 개인적인 얘기들을 끄집어내는 걸 경계했기에, 그냥 답답하기도 해서 잠시, 피상적으로 신세타령을 늘어놓았다.

필립은 진지하게 경청하며 (별로 그럴 껀덕지도 없구만-) 격려-_-도 해 주고, 자기 얘기도 곁들이며 분위기가 잘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근데 이것이 마침 일어서서 자기 침실로 향하며 하는 말-

 

- 그러니까, 내 방으로 가자. 자, 이리 와. :)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까지 내밀고 있다.

 

헉- @0@;;

아니, 이 자식까지 지금 뭐 하자는 상황이다냐??

 

솔직히 필립의 경우엔 불안하거나 불편한 건 없었고, 단지 어이가 없었다.

젠장, 혼자 지내는 필립의 집에 묵기로 한 게 조금은 경박한 결정이었을까 -_-;;

 

- 안 올 거야...?

 

필립이 다시 묻는다.  

머리로 따지고 말고 할 것 없이 자동적으로 반응이 나왔다.

 

- 아니, 난 그냥 여기 있을래. (No, I'd rather stay here)

 

좀 적당하지 않은 답변이긴 했지만 두루뭉실 넘어가는 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다.

자기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을 거라고 착각할 만큼 어리석은 필립도, 나이브한 나도 아니지만,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평하게 화제를 바꿔 대화를 이어갔고, 필립도 다시 내 옆 소파에 앉아 시치미 떼고 대화에 동참했다.

 

물론 필립은 내심 무안했을테고 난 조금은 뜨악하고 어색했다.

그렇지만 필립에 대한 종전의 인식까지 흐려질 만큼 실망했다거나 그의 호의에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진 않았다.

어쨌거나 내가 텔아비브에 머무는 동안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고 내가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준 건 사실이니까.

조금은 삐딱한 시각을 취해 그 배후를 의심해 보기도 했지만, 뭐 그렇다고 해도 별로 상관은 없다. -_-

 

조금 헷갈리는 거라면?

내게 눈곱만치라도 이성적인 호감이 있었던 건지, 아님 역시나 내가 만만해 보여 찔러본 건지 ㅡ_ㅡ

전자라면 너무 생뚱맞지만 필립에 대한 실망은 조금 줄어들 테고,

후자라면 고마운 필립이 저속해 보여 미워지므로 아햏햏하기 때문. -_-

 

내 결론은- 혼자 사는 총각이 잠시 분위기와 술 몇 모금에 up돼서 잠시 실언을 했다고 봐주고 싶다. ㅎ

필립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길 망정이지 ㅋ  아놔, 진짜 식상해, 이런 일들~

 

출처 : 여자 혼자가는 여행
글쓴이 : halfmoonwish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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