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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에서 길을 잃다 // 박소향 **

flower1004 2008. 11. 10. 13:06
 
        길에서 길을 잃다 / 박 소향 아아, 어쩌다가 길을 잃었다 일상의 수중에 없던 여분의 생각만큼 무수히 갈라져 보이는 무의식의 길들 차갑게 꼬리치며 흩어지는 저 길들이 머리칼을 간지럽히는 저녁 눈발처럼 순간 너무나 가벼웁다 길을 잃고 헤맨 게 아니었다 불투명한 생의 속박에서 무뎌진 감각의 문을 닫듯 눈앞에서 환히 보이는 마음의 길을 잃은 거였다 짙은 화장의 두께만큼 새카맣게 가라앉은 세월의 무게가 제 연륜을 못 이겨 저리도 흐트러진 길이 되었는지 모른다 아아, 어쩌다가 정신 놓고 사라지는 막막한 길 위에서 오래도록 홀로 선 내 흔들림 흔들림 시집 [분粉] 시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