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19 - 함들이기

함의 유래

 

 

전통예법에 이런 말이 있다. `자고로 선비는 예로서 대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여자선비(여사)인 규수를 움직이게 하려면 예물을 올려야 한다'.

이 예법에 따라 정혼을 하면 남자측에서 여자측에 매우 정중하게 예물을 보낸다. 지금도 통용하는 납폐란 말이 바로 이것이다.

신부집에 신랑 친구들이 `함을 판다며 몰려가는 것은 납폐가 현대식으로 변한 것이다.

함을 판다면서 지나치게 법석을 떤다면 납폐의 본 뜻을 모르는 행동이라 하겠다.

함에 넣는 예물은 청홍색 신부 옷감인데 2가지 이상이면 예법에 어긋나지 않았다. 요즘의 `과소비'와는 거리와 멀었던 것이다.

 

함에 대하여

혼인날짜가 결정되면 혼인식 전날 신랑측으로부터 신부측으로 혼수를 넣은 함을 보내게 된다. 이것이 납폐로서 요즘은 흔히 '함받기'라고 한다.

 

함과 함의 내용

 

 

폐백과 혼서지가 내용이다. 폐백은 청, 홍색의 채단을 쓰는 것이 보통인데 채단 마다 양끝을 청홍색실로 묶는다.

폐백은 형편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두가지 이상으로 하고 열가지를 넘기지 않는 것이 관례. 혼서지(납페서)는 보통 신랑 아버지가 쓰지만,

요즘은 포목집이나 주단집에서 파는 인쇄된 것을 쓰기도 한다.

 
함보내는 시기

원래는 혼인식 일주일 전쯤 행하는데 현대식으로 결혼 전날 저녁에 보낸다. 그러나 전날은 신부집이 바쁘므로 2~3일전 보내는 것이 좋다.

 

함준비

청색 채단은 홍지에 싸서 청색 명주실로 묶고, 홍색 채단은 청지에 싸서 홍색 명주실로 묶어 차례로 넣는다.

채단은 짝을 맞추지 않는다 해서 치마 한감에 저고리 두벌, 치마 두벌에 저고리 세 감을 넣기도 한다.

함에는 채단보자기 외에 예물과 다른 혼수도 넣는데 근래에는 혼수 대신 현금을 받아 준비하기도한다.

 

함의 내용
함 속에는 결혼을 허락해 준 것에 감사하며 예를 올린다는 뜻의 음서지 음양의 결합을 뜻하는 청홍 비단의 혼수, 예물을 넣는다.

혼서는 여자로서 한 남편만을 섬기며 살겠다는 일부종사의 절개를 상징하며

혼수로 청홍색 비단 대신 한복 치마 저고리와 양장을 보내기도 하며, 다이아몬드, 순금, 루비 등의 각종 보석 세트와 현금을 넣기도 한다.  

혼서와 혼수 (채단)

 

 혼서는 규격대로 종이를 자르고 아홉칸으로 접어 필묵으로 정성껏 쓰고 양쪽 끝에서 가운데로 모아 접어서 봉투에 넣는다.

네 귀에 금전지를 단 겹보자기에 싸서 상, 중, 하에 근봉 한다.

혼서는 집안에서 제일 높은 남자 어른이 쓰는 것이 원칙이나 요즘에는 포목집이나 주단집에서 인쇄된 것을 사용하기도 한다. 

오방주머니

 

오방주머니는 5개의 주머니에 내용물을 홀수로 넣는다.

붉은색 주머니는 잡귀를 쫓는다는 붉은팥을 넣어 서남쪽에, 노란색 주머니는 귀한 신분을 상징하는 것으로 노란콩으로 넣고 중앙에,

파란색 주머니는 인내하며 살라는 의미로 찹쌀을 넣어 동북쪽에, 분홍색에는 자손 번식을 의미하는 목화씨를 넣어 서북쪽에,

그리고 연두색 주머니에는 절개와 순결을 상징하는 향나무 깎은 것을 넣어 동남쪽에 놓는다.

 
사주 쓰는 법  

 

사주단자는 길이 1자3치(30센치미터), 너비 9치2푼(28센치미터)정도의 백지를 다섯 칸으로 접어 그 한 가운데 육십갑자에 따른 간지 즉, 생년월일과 출생시간을 쓴다.

이를 흰 봉투에 넣은 후 뒤를 봉하지 않은 채 뚜껑을 접는다.

사주 봉투는 봉투 길이보다 아래 위로 가가 1센치미터 정도로 길게 잘라 그 중앙을 쪼갠 싸리가지 사이에 끼우고 청실, 홍실, 둥근 타래실로 위쪽으로부터 매듭지지 않게 옭아 묶는다.

이것을 사주보에 싼뒤 동심결을 매어 준다. 
 
혼서 싸는 법 
혼서는 신랑 집에서 귀한 딸을 아들의 배필로 허락함에 대해 감사드린다는 뜻에서 보내는 편지로,

다 쓴 혼서는 금전지가 달린 검정색 비단 보자기에 싸서 근봉띠를 끼워 매만진 뒤 혼수함의 맨 밑에 넣는다. 

함봉하기

혼수함 안에 종이를 깔고 먼저 혼서지(납폐서)를 넣고 혼수를 차례로 넣는다. 옷감은 함께 맞춰 접어서 홍색을 먼저 담아 그 위에 청색을 담고 종이를 덮는다.

함은 홍색 겹보로 싸는데 네 귀를 맞춰 싸매고 남은 끝을 모아 매어 종이를 감고 '근봉'이라고 쓴다. 소창으로 어깨에 짊어질 끈을 만들어 맨다.

요즘은 재래식 함대신 트렁크를 이용하기도 한다. 함준비를 마쳤으면 대청 소반에서 준비해 온 찹쌀떡 시루 위에 잠시 올려 놓았다가 함진아비가 지고 간다.

 

함 봉하는 순서 
1. 혼서를 격식대로 접어 봉투에 넣은 후, 혼서 보에 싸고 세 개의 근봉을 한다.

2. 홍단은 청색간지에 싸서 홍색비단실로 동심결 한고, 청단은 홍색간지에 싸서 청색비단실로 동심결 한다.

3. 황금이나 백금으로 만든 쌍가락지는 홍색 주머니에 넣는다.

4. 예탁, 예탁보, 함보, 함피, 향주머니 등을 준비하고 순서대로 함속에 넣는다. 

 

함받기

신부집에서 혼수아비(함진아비)가 오는 시간을 기별 받으면 그때에 맞추어 함을 맞을 준비를 한다.

대청이나 뜰에 정결한 자리를 깔아상을 놓고, 그위에 떡시루를 놓는다.

신부 아버지나 친척 중에 수복이 많은 사람이 함을 받아 떡시루 위에 놓았다가 내려놓는다.

싸인 보를 풀고 뚜껑을 반쯤 열어 혼서지를 꺼내본 뒤 방안으로 함을 들여보낸다.

 

함 보내는 법 & 함 들이는 법 

 

- 함은 옻칠한 칠함이나 자개함이 보통이지만 요즘에는 신혼여행 가방을 사용하기도 한다.

신랑 집에서는 팥고물과 대추, 밤을 넣어 만든 찹쌀떡을 한 시루를 쪄서 그 위에 얹었다가 보내고

함을 진 함진 아비는 대개 첫 아들을 낳은 사람으로 도중엔 함을 내려놓지 않고 신부 집까지 가야한다.

- 함을 지고 가는 사람은 정중히 예복을 입고 가는 것이 예의이며, 함을 받는 신부집에도 찹쌀떡 시루 위에 함을 놓았다가 받는데 이것은 굶지 않고 넉넉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 신부아버지가 함을 반쯤 열고, 혼서지를 꺼내본 뒤 방으로 들여 보낸다.

- 예부터 신부 집에서는 함진 아비에게 맛있는 음식과 술대접은 물론이고 노자까지 챙겨주는 풍습이 있었는데

무리한 함 값을 요구하여 즐거워야 할 날에 피차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신랑과 신부가 상의 하는 게 좋다.

- 함 전달은 40분∼1시간이 적절하며 신부댁이나 신부 친구들과의 실갱이는 1시간 이상 끌지 않도록 한다.

- 이 외에도 지켜야 할 것은 많으나 함을 통하여 양가의 신의와 사랑이 더욱 더  깊어질 수 있는 끈이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언어와 행동표현에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함 들어가는 날은 신부와 신랑집 모두의 경사가 되어야 하며 신랑 친구들의 모습 속에 신랑의 모습이 엄연하게 베어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함진아비

 

 

우리나라의 혼례는 상례(喪禮)에 못지않게 그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우나, 민속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신랑집에서

채단(綵緞), 혼서지(婚書紙) 등을 넣은 함(函)을 신부집으로 지고가는 함진아비 또는 함잡이에 관한 재미있는 혼례절차의 풍속이 있다.

 

함을 보내는 것은 조선시대 영조 때의 도암(陶庵) 이재(李縡)의 예서(禮書) "사례편람(四禮便覽, 주자가 지은 家禮를 참고로 지음)"의 결혼 절차에 관한

육례[六禮, 납채(納采), 문명(問名), 납길(納吉), 납징(納徵), 청기(請期), 친영(親迎)]중에서 납징에 해당되는 절차로서, 납폐, 또는 납채라고 부르기도 한다.

 

함은 보통 검은색으로 그 속에 넣는 채단은 청색과 홍색 두 가지로 신부의 치마 저고릿감이고 혼서지에는 신랑의 성명, 생년월일시를 적고, 사자(使者)를 보내어 납폐의 예를 다한다는 글을 적어 넣는다.

 

여기서 말하는 사자(使者)가 곧 "함진아비"이며, "함잡이"라고도 한다. 옛날에는 함진아비의 복색(服色)이 따로 정해져 있었으나,

지금은 평상시에 입는 한복이나, 양복을 입는다.(정결하고 제일 좋은 옷)

 

함진아비는 신랑 측과 가까운 사이의 결혼을 한 나이 지긋한 사람이 갔으나, 지금은 신랑의 친한 친구가 함을 지고 가는 것이 상례로 되었으며,

함을 생략하거나 가방을 함 대신 사용하여 함에 넣을 것을 넣어서 신랑이 직접들고가는 경우도 있으니...... 함이 뭐인고?

 

함진아비가 보자기로 싼 함을 흰 베로 멜빵을 만들어 양 어깨에 걸어 메면, 그 앞에 등불을 밝혀주는 사람과 동행한 2-3명의 사람이 함께 신부집으로 향한다.

신부집에 가깝게 갈수록 이 함진아비의 가슴은 뛰고 설레게 된다. 그것은 대우를 잘 받고, 음식과 술을 많이 먹고, 웃길 수 있나 하는 궁리 때문이다. 그런데 황금만능의 세태인 요즘은 어떠한가?

 

함진아비의 정중하고도 익살스런 언행은 신부댁은 물론 동네 구경꾼들의 튼 웃음거리요, 관심사였다.

또 지방에 따라서는 이 함진아비의 얼굴에 까맣게 환을 그려 더욱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였고, 함진아비의 신분을 감추고,

더욱 우스꽝스런 행동을 하고자 오징어로 얼굴을 가리고 함 팔러 가는 경우도 있다.

 

각설하고 신부집에서는 소반 위에 백설기 시루를 준비하였다가 함이 도착하여 함진아비가 함을 시루 위에 올려놓으면,

오복(五福)을 갖춘 사람이 함을 열어 여러 사람들에게 두루 보여주는 것이 상례이지만, 함진아비는 좀처럼 함을 내려놓지 않거나,

아예 집안에 들어오는 것조차 완강히 거부하다가 시루 들레를 빙빙 돌면서 갖가지 푸념과 떼를 쓰기도 하였다. 여기에서 "함을 산다"는 말이 생겨났다.

 

대개의 신부집에서는 미리 전갈을 받고 대문 밖 길까지 나와 기다리고 있지만, 함진아비는 아랑곳없이 큰 소리로 "함 사려! 함 사려!"하고 동네를 누비고 다닌다.

이때 동네 구경꾼(대개 동네 아낙네들)이 모여들어 함진아비를 놀려주는 곳도 있어 한결 흥겹다.

 

신부집에서는 가족이나 친지들이 준비했던 술과 간단한 음식을 대접하여 함을 빨리 받으려고 하지만,

"먼 길을 걸어오느라고 지쳐서 움직일 수 없다"고 하거나 "노자가 떨어져서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한다.

그리고 흥정이 붙고 큰소리가 오고 가는 동안 협상이 진행되어 얼마간의 요구에 맞게 되면 함을 내려놓고 음식의 대접을 받는다.

 

요즘의 함진아비들은 그렇지 않으나 예전의 함진아비들은 받은 돈으로 술을 받아오게하여 신랑, 신부의 앞날에 행복과 영광이 있기를 비는 말로 자축해 주면서

"함을 너무 빨리 팔았고, 싸게 팔았다"라고 하거나 "특별히 보아 드리는 것이오니 그런 줄이나 아십시오"라는 등의 말로써 진심으로 그 결혼을 축복해 주고,

같이 온 일행들과 그 집안이나 마을의 동년배들과 어울려 술과 음식을 먹고, 흥겹게 놀다가 돌아온다.

 

함진아비의 괴상한 화상과 익살, 신부집과의 수고비 협상의 실강이, 동네 사람들의 역성과 익살 등은 우리나라의 혼례 풍습에서 볼 수 있는 따사로운 인정미의 아름다운 발현이었다.

 

그러나 함진아비 측과 신부집 측의 가볍고 웃음깃든 흥정은 좋은 일이었으나 최근에는 간혹 함진아비와 그 동행인들의 무리한 요구와 행패로 말미암아

경사스러워야 할 혼례가 걱정과 불쾌감으로 변질되고, 심지어는 이러한 혼례절차로 인하여 파혼선언까지 가는 불상사도 발생되니

함진아비측은 무리한 과용을 부려서는 안되며, 신부집측은 너무 조급히 함을 받으려고, 또는 함을 뺏으려고 힘을 써서는 안된다.

협상의 실강이가 잘 마무리되도록 서로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출처 : 웨딩공부 결혼준비의 모든 것

글쓴이 : 반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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