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
가을에는 숨만 쉬는 보여줄 수 없는 가을이 있다.
가을에는 아무도 '이 가을'을 위해 울어주지 않을 것이다
혼자 山그림자의 뒷덜미에 대고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만산홍엽 앞에서는 눈의 눈물은 보일 수 없어
겉옷은 환해지고 붉어질 것이다.
보여 줄 수 없는 것들이 뿌리에게 찾아와
과거의 흔적이라며 아버지인 양 속삭인다
피우지 못한 것들은 손을 흔들며
자기를 닮은 멍이 든 이파리와 늙은 가지를 찾는다
떨림처럼 속삭인다
모두가 떠난 산중의 나목들이
봄에 있는 것처럼 해는 뉘엿뉘엿 지는데
푸른 황혼에 혼자 흔들리다가 머물다가
쉰살이 되기 전에 아부지가
쉰살일 때의 산숲으로 오르다가
아지랑이가 되어 집뒤 대숲으로 사라진다
읽지 못한 어느 철학서의 한 페이지에서
나이테의 두께를 잰다거나
이슬의 웃음이 방울로 떨어지던
어린 잎새들이 수줍게 달려가던 것을 생각하는 것이나
어릴적 도롱테 굴리던 시절이
손 마디에 머물고 그 순간에 잠겨서
이른 밝실- 세상을 박차고 혼자서 곰삭이는 것이나
숨만 쉬는 것들의 가을은
울지않고 담아가는 것이다라고 한다
봄이며 여름이며 겨울이며
눈의 눈물을 보일 수 없어
겉옷은 환해지고 붉어진다라고 한다.
출처....2006.01. 시사랑사람들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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