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문 앞에 섭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 때
종교의 문 앞에 섭니다.
내가 너무 작다는 것을 알 때 우주의 큰 존재가 됩니다.
그런 내게 스스로 연민의 정이 느껴질 때,
뭇 사람들이 불쌍하게 여겨질 때, 비로소 이웃을 알게 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아니고
불쌍하고
연민이 일어날 때-어느 날 문득-
저 너머 세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 삶에 하늘의 시간이 펼쳐집니다.
-홍순관-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는 것은 자신의 무능과 약함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자기의 무능과 약함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자기 힘으로는 태어날 수도 죽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압니다.
진지하게 노력해본 사람은 사랑과 용서 또한 자기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그러한 무능을 알면서도 우리 인간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것이 자신을 비참하게 느끼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들은 무능과 약함을 멀리하며 멸시합니다.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기도도 자기의 힘으로 하고, 하나님도 자기 힘으로 만나고
심지어 자기의 힘으로 자신을 하나님께 맡기려 애를 씁니다.
하지만 자기 힘에 의존한 노력은 자기를 시험하는 또 다른 '힘’을 키울 뿐입니다.
힘으로 자기의 약함과 무능을 극복하려 할 때
결국 또 다른 힘에 자신을 맡기며 자기의 힘을 자랑하게 됩니다.
돈이나 권력 재능이나 미모 따위가 거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것이 안 될 때에는 심지어 자신의 영혼까지 이용하려 듭니다.
그것은 인간의 오랜 관행과도 같습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그것을 말해줍니다.
자기 영혼을 팔아서라도 인간은 그렇게 하고 싶은 존재입니다.
그 자랑스런 힘은 한동안 자신을 교만하게 해 줄 수 있지만
결국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존재로 자신을 파멸시킬 뿐입니다.
자기 힘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인간은 자기가 누군지 알게 됩니다.
무능과 약함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기를 들여다보게 하여
그 내면으로부터 자신을 알고 하느님을 체험하게 하는 은총입니다.
물론 새로운 시각으로 이웃들을 바라보게 하고 연민의 마음으로 다가가게 합니다.
홍순관님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모르긴 몰라도 그걸 깨달은 홍순관님에게는 엄청난 인생의 소용돌이가 있었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내가 가장 비참했을 때 하느님은 빛을 비추시어
내 영혼이 얼마나 비참한 지를 보게 하시고" (칠층산 160),
토마스 머튼의 말입니다.
그리고 그 때 하나님은 인간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게 하십니다.
모든 영적인 인간들은 실패와 고립의 참혹한 고통 속에서 그것을 경험합니다.
귀찮았던 세상이 갑자기 평화스럽고 아름답게 빛을 발하며 다가옵니다.
자기가 미워하던 사람들의 행태에서 불현듯 이해와 연민의 정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솟구쳐 올라옵니다.
이제까지 붙잡고 놓지 못하던 집착의 실상을 보게 되면서 허상을 쫓던 인생을 후회하고 뉘우치게 됩니다.
무엇보다 하나님 안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더 이상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나의 비참함 속에서 비로소 나는 왜 저 친구의 어려움을 감싸주지 못하였던가 후회하게 되고,
나는 왜 저 친구를 사랑하며 평화스럽게 살지 못하였던가,
왜 세상의 거룩함을 보지 못하고
왜 세상을 이해하는 눈으로 바라보지 못했던가
반성하며 통회의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누가복음에 나오는 탕자처럼 자신의 비참함을 깨닫게 함으로써
드디어 아버지의 위대함을 찬미하고 아버지가 창조하신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게 하십니다.
하나님의 창조의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그 느낌이 진실이게 하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때때로 비천함을 선사하신다는 사실을 인간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성령은 인간이란 불고 싶은 대로 부는 바람에 맡겨진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바람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처럼 인간을 연약하고 무능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요?
하지만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가 아름다운 것은 어쩌면 바람 부는 대로 자신을 내맡기는 무능 때문일 지도 모릅니다.
자신과 하느님을 체험한 사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부는 바람에 자신을 내맡길 줄 압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도하게 합니다.
'주님,
이 비천함 속에서 비로소 크신 당신의 빛을 느끼게 되는군요.
저의 이 죄스러움 속에서 비로소 당신 사랑의 빛을 강하게 느끼게 되는 군요.
저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이제는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감사하나이다.
당신을 찬양하나이다.'
특별히 어느 누구의 기도가 아니라 모든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의 고백이며 기도일 것입니다.
물론 엄청난 시련 속에서 말입니다.
그때,
저 너머 세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세상이 바로 내가 발 딛고 서있는 이곳과도 하나임을 알게 됩니다.
우리 삶에 하늘의 시간이 펼쳐집니다.
하나님 나라의 삶이 시작된 것이지요.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통해 주님의 기도가 성취되기 시작합니다.
정말,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아!
힘과 영향력을 가지고 무한 경쟁을 추구하려는
오늘날의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따르는 믿음과 얼마나 다른지요?
두터운 아스팔트의 갈라진 틈을 뚫고 힘겹게 피어난 들꽃처럼
홍순관님의 시가 피었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 때
지혜의 문 앞에 섭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 때
종교의 문 앞에 섭니다.
내가 너무 작다는 것을 알 때 우주의 큰 존재가 됩니다.
그런 내게 스스로 연민의 정이 느껴질 때,
뭇 사람들이 불쌍하게 여겨질 때, 비로소 이웃을 알게 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아니고
불쌍하고
연민이 일어날 때-어느 날 문득-
저 너머 세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 삶에 하늘의 시간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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