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같은 섬] 통영 소매물도 | |||||||
겨울이 정점을 찍고 봄을 부르는 지금 남쪽의 바다로 따뜻한 기운을 찾아 떠나보자. 경남 통영의 바다는 섬의 바다다. 고성 반도의 끝에 위치한 통영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였다. 150여 개의 섬들이 보석처럼 점점이 박혀 바다를 호수처럼 보이는 곳. 그 보석 섬들이 최근 진주 - 통영간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통영 시가지를 둘러싼 섬들을 헤치고 가서 만나는 소매물도. CF에서 영화에서 동화속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 섬다운 섬이다. 통영의 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에 두 번,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소매물도 가는 배가 뜬다. 주말에는 오전 11시 배가 추가된다. 한산도 용초도를 지나 비진도까지는 바다가 조용하다. 맞닿은 듯 이어지는 섬들이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 오염원이 없고 바다가 이리 고요하니 사람들이 가만둘 리가 없다. 바다 전체가 천혜의 양식장이다. 물 위는 그 양식장 부표로 가득하다. 비진도를 지나서는 파도가 갑자기 거세진다. 파도의 요동에 몸을 맡기다가 마침내 만나는 소매물도. 섬에 닿기 전 배에서 만나는 소매물도의 첫 인상은 여느 섬과 별 차이 없어, 차라리 실망스럽다. 산자락 오목한 곳에 30도 정도 돼 보이는 경사를 타고 허름한 집들이 박혀 있을 뿐이다. 선착장에서 내려 소매물도 정상까지는 오솔길을 타고 40분이면 오른다. 정상이라 해 보았자 높이는 120m. 산마루 부근에 잡초가 웃자란 폐교를 지난다. 산꼭대기에 서면 가까이는 대매물도가, 멀리는 한산도 등 통영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능선을 따라 남으로 등대섬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천상이 풍경이 시시각각 펼쳐진다. 물에서 수직으로 솟은 기암괴석에 입이 벌어지고 수십 길 낭떠러지에 부딪는 파도에 아찔한 쾌감이 밀려온다. 등대섬은 소매물도와 밀물과 썰물이 부리는 요술로 하루에 두 번 이어진다. 때를 맞춰 들어가면 반질반질한 몽돌이 잇는 50m 바닷길을 따라 등대섬에 들어갈 수 있다. 소매물도 풍경의 정점인 등대섬은 과자 ‘쿠크다스’의 CF, 영화 ‘남자 태어나다’의 촬영 무대였다. 제주 성산의 일출봉 마냥 초지로 이어진 섬은 경사가 급하다. 봄부터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는 이 초지는 가을이면 들국화가 환상의 꽃 세상을 만든다고 한다. 소매물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 이처럼 여객선을 타고 직접 입도하는 것과 유람선을 타고 바다에서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방법이 있다. 유람선은 여객선 터미널이 아닌 마리나리조트 근방의 유람선 터미널에서 뜬다. 총 13척의 유람선이 준비돼 있다. 정기 여객선이 아닌 유람선이라 예약 및 승선 인원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운항되지만 오전 10시 배는 고정적으로 출발한다. 한산도의 이충무공 유적지인 제승당에서 40~50분 머물다가 소매물도까지 가서 섬을 한 바퀴 돌고 되돌아 온다. 소요 시간은 3시간 10~30분. 유람선 선장의 구수한 설명과 함께 밖에서 보는 소매물도 해안 절벽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통영시는 등대섬에 유람선 기착지를 만들고 조만간 유람선 관광객이 등대섬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란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등대섬을 찾을 수 있게 되겠지만 지금껏 조용하게 남겨진 ‘순수의 섬’이 돈 맛에 훼손될까 걱정이 앞선다. 통영=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출처 : [동화같은 섬] 통영 소매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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