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부엉이 강연의 전말
노 전 대통령께서 서거하신 후 봉하에서 일주일을 지내면서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저 거기 있는 게 편해서 있었다고나 할까? 그 바람에 사적으로도 복잡한 일이 생기던 와중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이러브이해찬' 게시판에 난데없이 쿨붱, 웜벙이라는 단어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쿨한 부엉이라고 Coolowl 뜨거운? 따뜻한? 부엉이라고 웜붱(warm), 차가운 도시남자...
뭐 이런 지칭을 하고 있는 게시물들이다.
정체가 무얼까? 부엉이? 사진도 올라온다. 부엉이가 쥐물고 있는 사진이다.
게시판도 시끄럽고 대문의 채팅창엔 때아닌 부엉이 소리가 시끄럽다. 회원은 하루에 수백 명씩 증가하고
참으로 괴이하다고 할 정도의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 바람에 수리부엉이 관련 다큐도 찾아보고, 부엉이의 의미에 대해 연구 꽤나 했다고나 할까?
부엉이가 맹금류 중 밤에는 그야말로 제왕의 위치에 있다는 것도,
서양에서는 지혜를 상징하는 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해찬 전 총리가 부엉이라는 말이다.
게시물에 보면 쥐 잡아 달라는 글이 많다. 부엉이의 주식 중 하나가 쥐다. 피의 숙청 운운하는 글도 보이고...
그러고 보니 눈썹도 그렇고 부엉이를 꽤나 닮으신 듯도 하다.
알아보니 신규 회원은 20대 젊은 여성이 99%! 허걱? 이해찬 전 총리에게 20대 젊은 여성팬이?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이해찬 세대가 아닌 이해찬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게 현실이 되는가? 아연한 나는 그분들을 만나봤다.
그야말로 쉽지 않았을 그분들의 선택 과정을 들으면서 느꼈던 것은 역사의 진행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세상에나 저주의 표현이라 할 이해찬 세대가 이해찬의 동지가 되는 역사의 아이러니 말이다!
온갖 포털에 독한 모습으로만 돌아다니는 이해찬 전 총리의 영상들이
그들에게 선택의 기제로 작용했다는 것도 그렇고...
느닷없는 번개팅 요청에 조문 기간 중이라 곤란하다는 답변을 먼저 할 수밖에 없었다.
서거 이후 자나깨나 우리 사고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바로 죄책감이었다.
우리가 지키지 못했으니 죄인이고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 속에 나대지 말고 찌그러져 있자 정도랄까?
거듭되는 강력한 요청에, 흥청망청하는 번개팅이 아니라 진지한 토론 또는 강연의 자리라면 검토해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강연장에 일체의 치장을 하지 말 것을 요청했고 프로그램 시작을 추모 영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부담이었던 것은 49재 기간에 추모 열기에 편승해
인기를 의식하는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아야 한다는 게 고민이었다.
따라서 심지어 알럽찬 회원들에게도 일체 공지하지 않았다. 괜한 오해를 피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다 보니
강연 후 회원들에게까지 욕도 몇 마디 들었다.
그분들은 별도의 임시카페를 열어서 커뮤니케이션 하기로 했고, 이후 그들이 보여준 추진력과 열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카페를 개설한지 3일만에 수천명의 회원이 모이고 이해찬 전 총리께 질문할 내용이
수백 개가 모였다. 어쩐다냐? 저 질문 다 답변하려면 한달 걸릴 텐데?
회원간에 토의를 거쳐 질문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 또한 피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단한, 이름하여 처자 군단들은 '대장부엉이'라는 카페를 통해 나름대로 수준 높은 질문을 엄선했고,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기조 강연을 줄여야 했다.
드디어 당일, 일정기간 동안 예약을 받아 좌석 번호까지 배정하는 조직력을 보인 500여명의 젊은 여성들 앞에
이해찬 전 총리께서 강연에 나섰다. 참말로 오래 살고 볼 일이라더니 이 전 총리도
이 현상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을 터, 나는 못 봤지만 어떤 분들은 이 전 총리께서 좀 떠시는 것 같았다고 한다. ㅋㅋ
남자들 대부분이 특별한 끼가 없으면 이런 상황이란 게 꽤나 어려운 상황일 것 같다.
평생을 긴장과 투쟁 속에 살아오신 분이 어땠을까? 상상할 것도 없이 어색하셨을 것이다.
입장하는 중에 그 함성이라니... 이건 경선 때 연호와는 질적으로 틀렸고, 매우 고음역에 속하는 소프라노의 대합창?
궁금한 분은 동영상을 보셨으면 한다!
몇몇 인터넷 매체가 생중계를 요청했고, 쉽게 결정하지 못하던 중, 커널뉴스가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중계를 하기로 했다. 나중에 확인하니 연인원 12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참말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알기 힘든 일이다!
과연 이해찬 전 총리께서는 이 현상을 앞으로 어떻게 받아들이시려나?
분명한 것은 시종일관 흥미진진한 일들이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정치인 이해찬? 여러분도 상상해보시기 바란다.
이 마당에 이 전 총리께 내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딱 하나다!
"대중적 지지 없이는 생각하고 계시는 일 또한 그리 쉽지 않으실 것입니다" 정도다!
모든 정치인이 높은 철학적 고뇌와 날카로운 이성을 바탕으로 정치에 임하는 세상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만들어나가고 유권자의 이익에 복무해야 할 정치인들이
대개는 대중적 지지가 있는 지도자에게 경도되기 마련이라는 점이 나는 솔직히 아쉽다.
정치인이 연예인이 되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무엇이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말이 무게를 갖느냐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그리 쉽게 내칠 일도 절대 아니지 않을까? 뭐 대충 이런 정도의 생각이다.
여기까지가 이번 강연이 이루어진 전말이다! 더도 덜도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현상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고,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끝이 어디일까? 심히 궁금해 참을 수 없을 정도다.
여러분도 상상해보기 바란다!
강금원이라는 사람
강회장이 구속되기 전의 일이다. 내가 물어보았다.
“강 회장은 리스트 없어요?”
“내가 돈 준 사람은 다 백수들입니다. 나는 공무원이나 정치인에게는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 많은 돈을 왜 주었어요?”
“사고치지 말라고 준 거지요. 그 사람들 대통령 주변에서 일하다가 놀고 있는데 먹고 살 것 없으면 사고치기 쉽잖아요. 사고치지 말고 뭐라도 해보라고 도와 준 거지요.”
할 말이 없다. 부끄럽고 미안하다. 나의 수족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 나로 인하여 줄줄이 감옥에 들어갔다 나와서 백수가 되었는데, 나는 아무 대책도 세워 줄 수가 없었다. 옆에서 보기가 딱했든 모양이다. 강회장이 나서서 그 사람들을 도왔다.
그 동안 고맙다는 인사도 변변히 한 일도 없는데 다시 조사를 받고 있으니 참으로 미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데 강회장이 계속한다.
“지난 5년 동안 저는 사업을 한 치도 늘리지 않았어요. 이것저것 해보자는 사람이야 오죽 많았겠어요? 그래도 그렇게 하면 내가 대통령님 주변 사람을 도와줄 수가 없기 때문에 일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
강 회장이 입버릇처럼 해오던 이야기다.
“회사일은 괜찮겠어요?”
“아무 일도 없어요. 지난번에 들어갔다 나오고 나서 직원들에게 모든 일을 법대로 하라고 지시했어요. 수시로 지시했어요. 그리고 모든 일을 변호사와 회계사의 자문을 받아서 처리했어요. 그리고 세무조사도 다 받았어요."
그래서 안심했는데 다시 덜컥 구속이 되어버렸다. 털어도 먼지가 나지 않게 사업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어떻든 강 회장은 ‘모진 nom’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은 것이다. 이번이 두 번째다. 미안한 마음 이루 말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