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지 **

 
가을로 떠나가다
                  글 / 최명주
낙엽타는 냄새가 마약처럼 코 끝에 와 닫고
신작로의 키다리 삼나무가 퇴색되어 갈즈음
가을이 왔음을 내가 알아 차린듯 했다.
귀뚜라미 저녁을 울어서 알리다 잠들면
골목길 가로등 그림자 길게 늘어지고
개짖는 소리에 삼라만상이 야심함으로 차거웁다.
밤 바람이 왕대밭 사이길로 스치어 지나면
죽엽주 한잔을 기울여서 주막을 활 활 데우고
지나는 객 이었음을 표시내어 베시시 웃었다.
주암댐 푸른물에 기억을 지워서 띄워 보내고
남도로 떠나온길 정처없이 애마를 몰고 달려서
인적드문 율포항 해변 뱃머리에 앉아보았다.
가을색 완연한 갈대밭에 으악새 울어대면
해가 저문 해안 파도위에 고독이 휩쓸어 머물고
이 가을로의 몸살이 상념속으로 나를 인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