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세상에 길을 잃으면 난 그대가 그리워진다
일부러 주고 간 것은 아니였을, 감상의 근원을 찾지못해
염병이라도 앓는 날이면
생각에도 구멍이 나고
내안에 영혼들은 뱀허물보다도 못한 무기력에
바람 부는대로 떠밀려 뒹굴다
쓰레기 더미속에 묻혔다가
전깃줄에 목을 맸다가
이내 사정없이 찢어지고 버려진다
바라보다가 생각해보면
사랑의 기억도 없는 뒤안길
무엇이 그리 습습했던지 어둠은 털끝처럼 작은 꼬투리를 붙들고도
푸르고 비리운 이끼로 길을 놓았다
그 미끄러운 기억들이 현실의 통증들과 어우러져
슬픈 기색이라도 오르면
살과 살이 부딪는 파장에 미쳐보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잊혀지는, 세상 부스러기들이 있다면
낯선 어둠속에 제 몸 던져버릴 수 있다
별을 헤던 헛손질이 아름다운게 아닌 아픔인 것을 나이란 것이 알게 한다
세월이 고스란히 그려둔 사람의 헛발질이 참 허기진 일이였음 본다
모두 제갈길로 돌아서 있는 오늘
저마다의 모습속에 깊이 벤 슬픔 알면서도 말할 수 없는 이 세월이
얼마나 짠하고 시린지
사람과 사람의 길을 엮어 인연마다 붙들고 싶은 욕심
어디고 고여드는 그리움의 얼굴일 것이다
겨울끝에 부스럼이 피는지
바람속 새치기한 봄기색과 마주한 날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찾이하고만
꼭꼭 동여매뒀던 그리움,
기어이 그대가 그리워진다
장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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