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의 성모 마리아 : 들어가는 말
가톨릭 교회는 전통적으로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를 각별히 공경해 왔다.
즉 성모 마리아는 모든 성인들의 으뜸으로서 특별한 존경과 사랑을 받으시는 분이다.
물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바치는 공경인 '흠숭지례'(欽崇之禮)보다는 낮지만,
일반 성인들에게 바치는 '공경지례'(恭敬之禮)보다 한층 높은 '상경지례(上敬之禮)로써
마리아를 공경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인 마리아 공경은, 16세기 종교 개혁 이래로, 마리아의 아들
예수를 구세주로 믿는 그리스도교를 분열시키는 대표적인 쟁점 사안이 되었다.
마리아론은 교황직 다음으로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사이에 신학적으로 가장 크게 분열된
영역이라고 하겠다.
한국에서도 작지 않은 개신교인들이 가톨릭 교회는 마리아를 숭배하는 이상한 기독교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우상을 숭배하는 이단이라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가톨릭 교회의 마리아 공경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개신교인들이라도
천주교의 성인 공경과 전구(轉求)를 문제시한다.
개신교인들은 오로지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구원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만 기도하기 때문이다.
종교 개혁 이래로 마리아에 대한 프로테스탄트 신자들의 침묵이나 거부에 대해서,
가톨릭 측에서는 마리아에 대해 가능한 한 풍성하게 언급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20세기 중엽에 이르기까지 수세기에 걸쳐서 개신교는 가톨릭과의 논쟁 속에서 반(反)마리아
적 성향을 지녀왔는데, 이에 대해서 가톨릭 교회는 (때로는 과도할 만큼) 마리아 공경을
장려하고 강화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마리아론은 신학 분야에서
양적으로 가장 풍부한 부분이 되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마리아 공경과 관련해서 "온갖 거짓 과장"을
피할 것을 권고하면서 신학자들은 교도권의 지도 아래 상서와 거룩한 교부들을 연구하여
"언제나 모든 진리와 성덕과 신심의 근원이신 그리스도께로 지향"할 것을 촉구하셨다.(「교
회헌장」67항).
한국의 현재 상황에서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모든 권고대로 모든 진리와 신심의 근원인
그리스도께로 향한 마리아론의 정립이 긴급히 요청된다.
이런 마리아론을 통해서 개신교 측의 오해와 비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가톨릭 교회 내의 잘못된 마리아 신심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손희송 지음 / 가톨릭대학 출판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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