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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계단 류시화/엮음 모든 꽃이 시들듯이 천춘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생의 모든 과정과 지혜와 깨달음도 그때그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영원하진 않으리 삶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새로운 문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이별과 재출발의 각오를 해야만 한다. 무릇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그것이 우리를 지키고 사라가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공간들을 하나씩 지나가야 한다. 너느 장소에서도 고향에서와 같은 집착을 가져선 안 된다 우주의 정신은 우리를 붙잡아 두거나 구속하지 않고 우리를 한 단계씩 높이며 넓히려 한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리라. 그러면 임종의 순간에 여전히 새로운 공간을 향해 즐겁게 출발하리라. 우리를 부 르는 생의 외침은 결코 그치는 일이 없으리라. 그러면 좋아,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건강하여라. <헤르만 헤세/<유리알 유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