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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 의 계단 // 류 시화 **

flower1004 2007. 9. 7. 22:14
      생의 계단
      류시화/엮음
      모든 꽃이 시들듯이
      천춘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생의 모든 과정과 지혜와 깨달음도
      그때그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영원하진 않으리
      삶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새로운 문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이별과 재출발의 각오를 해야만 한다.
      무릇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그것이 우리를 지키고 사라가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공간들을 하나씩 지나가야 한다.
      너느 장소에서도 고향에서와 같은 집착을 가져선 안 된다
      우주의 정신은 우리를 붙잡아 두거나 구속하지 않고
      우리를 한 단계씩 높이며 넓히려 한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리라.
      그러면 임종의 순간에 여전히 새로운 공간을 향해
      즐겁게 출발하리라.
      우리를 부 르는 생의 외침은 결코
      그치는 일이 없으리라.
      그러면 좋아,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건강하여라.
      <헤르만 헤세/<유리알 유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