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티벳] 몽롱 Days @ 티벳
벼르고 벼르던 그~ 유명한 책, 스웨덴 여작가의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를 읽고 있다.
읽다보니 불현듯 티벳 생각이 나 앨범을 뒤져본다.
근데, 아니, 이럴 수가... 도통 사진이 없다.
쓸만한 사진은 물론이고 찍은 사진 자체가 거의 전무.
절경으로나 이미지로나 인식으로나, 티벳이라면 가히 최고를 달릴 만한 곳인데 웬일이래... @_@
돌이켜 보니 티벳에 가기 직전 겪었던 개인적 일로 약간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데미지로 상당히 맛이 가 있는데다 고산증까지 겹쳐 골골대며 보냈다.
오죽하면 그 유명한 남초호수 갔다 일몰과 일출도 안 보고 돌아왔으며, 추앙받는 간뎬사원조차 띵겨넘었을까.
시가체며 간체며 죄다 스쳐지나가는 걸로 만족했고, 라싸에서의 일주일 동안 가뜩이나 한족(漢族)화된 시내만 종종거렸다.
다른 게 아니고 사진 때문에라도 티벳엔 반드시 다시 가 봐야겠다. (근데 언제나? ㅠ_ㅠ)
아울러 시간적 압박과 계절적 한계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라다크, 잠무-카슈미르 지역도-!!
티벳, 라싸로 가는 길
애초의 원대한 계획은 그 유명한 '차마고도' 중 한 루트를 따라 라싸로 입성하는 것이었다.
중국대륙의 서쪽 끝에 위치한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관문인 '카슈카르'에서 출발해, 지프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지삘 도시인 '아리'와 '예청'을 지나 성지 '카일라스 山', '미나소로바 호수', '구게 왕국 유적' 등을 거쳐 티벳(시장 자치구)의 수도인 '라싸'에 닿는 험난한 어드벤쳐 삘 불법루트.
크게 '서부 티벳(Western Tibet) 루트라 불리는 이 루트는, 고되고 몸도 축나지만 이미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공안당국의 감시의 눈을 피해 이용하고 있다. 최소 2주 이상이 소요되는 서부 티벳 루트는, 시종일관 주위에 펼쳐지는 눈 돌아가는 풍광과 성스러운 고립감으로 마치 신세계에 온 듯한 인상을 받는다. 일전에 동부티벳(Eastern Tibet) 루트를 완주하는 데 실패한 나로서는 더더욱 미련이 남는 진정 어드벤쳐 루트였다.
그러나... 이 때쯤 나는 여러모로 이성을 잃고 있었던 것 같다. 일생일대의 기회일지도 모르는 서부티벳 완주는 관심 저편-, 전혀 엉뚱한 곳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리고 그 일 역시 파토가 나 버리자 상심해서 심지어는 골병까지 들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안 그래도 힘에 부치는 서부티벳 루트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ㅠ_ㅠ
결국, 내가 택한 티벳 입성 방법은 상상력 zero의 논스탑 열차- ㅠ_ㅠ 바로, 중국의 야망, [창짱열차]였다.
'꺼얼무(Golmud)'에서 라싸 행 창짱열차에 탑승한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 데다 고원지대에 새벽무렵이라 공기가 차가웠다.
허가증(퍼밋)을 발급받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라싸 행 창짱열차 표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헛)소문에 마음 졸였는데,
웬걸, 매표소에서는 내 허접 중국어를 써먹을 필요조차 없이 허무할 정도로 수월히 열차표를 구할 수 있었다.
아, 드디어 라싸를 향해, 티벳을 향해, 출발~
열차내 방송에 의하면 쿤룬 산맥(곤륜산?)이라고 들은 것 같다.
창짱열차는 최신식 시설과 충분한 산소량(-_-?), 영어 안내방송까지 최고의 안락함을 자랑한다.
하긴, 중국의 야심작인데 어련하시겠습니까-.
맞은편 자리에 앉은 티벳 아이. 눈망울이 사슴 같다. :)
옆자리에 앉은 중국인 공무원.
라싸의 열차역에서 일한다고 했던 것 같다.
허접하기 짝이 없는 중국어와 한자 필담으로 주구장창 수다를 떨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지? -_-)
오버에 유머감각 짱에 서민적인 분이었는데, 2008년 3월의 티벳 독립시위 이후론 어떻게 지낼지 궁금하다.
이 두 사람 모두...
라싸, 티벳 왕국의 중심
이제 궁전 앞의 광활한 호수(연못-)은 사라지고 오성홍기가 휘날리는, 쓸쓸한 포탈라 궁.
주인인 달라이 라마야 맥그로드간즈에 피신해 망명생활 중이니...
티벳 건축물들을 보면 그 독특함에 절로 '호오~' 소리가 나온다.
포탈라 궁에 입장하려면 좀 복잡하다. 하루에 한정된 인원만 받기 때문에, 길게 줄을 서서 사전에 예약증도 받아놓아야 한다.
조캉사원으로 향한다.
빛 들어가고 사진 난리났다. ㅉㅉ
오치투제에 여념이 없는 티벳불교 신자들.
신앙의 힘은 넘칠 정도로 강렬하고 위안이 되며 동시에 파괴적이다.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사실 의뭉스런 표정으로 오체투지 신자들을 바라보던 관광객. ㅋㅋ
그 뻘쭘하고 의구심 섞인 시선이란...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거야?' 가서 어깨를 툭 치며 미소띤 얼굴로 물어보고 싶었다.
햐... 진짜 구도 한 번 끔찍하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사진에 전~혀 집착하지 않았으니...
남초호수- 하늘에 걸린 듯한...
남초호수 가는 길.
초원을 수놓은 검은 야크떼. 아, 너무너무 그리운 티벳탄 초원과 설산, 싸늘하고 공기와 청명한 하늘...
설산 너머 저 먼~ 곳의 이야기를 바람에 실어오렴.
말이 필요없는, 아니, 말로 어떻게 그 아름다움을 담을 수가 없는 남초.
호숫가에 포진한, 예쁘장하게 옷을 입힌 야크를 앞세운 장사꾼들은 에러지만...
몰래 사진을 찍으면 기민한 눈썰미로 잡아내곤 돈 내라고 아우성 -_-
(난 그 놈의 당신 야크가 아니고 호수랑 하늘을 찍었을 뿐이라고!!)
탑 쌓기.
남초 호숫가에서 돌탑을 쌓으며. 무슨 소원을 빌었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티벳을 떠나며-.
건강악화와 의욕상실, 정신적 해롱거림은 별도로 치더라도,
'라싸' 자체에 크게 애착이 없었기에 그렇게 사진찍기나 관광에 소홀했던 것 같다.
'라싸는 이미 티벳이 아니야. 중국의 한 도시에 불과할 뿐이지.'
'진정한 티벳을 보려면 오히려 라싸 외곽으로 나가야 해. 추천할 만한 곳은 서부쓰촨과 광범위하게는 동부 티벳, 서부 티벳 등이지.'
위같은 말들에 너무 무게를 두었다.
피로를 빙자한 나의 착오이자 실수였다. -_-
제대로 라싸를, 남초호수를 둘러보지도 못하고 네팔로 향하는 국제버스를 탄다.
(휴~ @ 3 @,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 관광객에겐 공공 국제버스표는 판매하지 않는데 -비싼 가격에 사설지프를 섭외해야 했다-
밑져야 본전, 중국인인 척 하고 매표소에 가서 허접 중국어로 표를 구입하는 데 성공!! ^-^
매표소 아주머니는 의심스런 표정을 숨기지 않았으나 그냥 밀어부쳤다 -_- (가슴 서늘~)
졸지에 충칭 출신의, 신분증을 호텔에 놓고 와 버린 중국 아가씨가 돼 버렸지만 돈 절약한 게 어디냐 ㅋㅋ)
이제 제대로 된 대륙 횡단, 아니, 종단이다.
중국과 티벳을 벗어나 네팔로 간다~ 감개무량...
마지막까지 티벳의 초원과 눈을 인 설산은 너무나 쓸쓸한 동시에 아름답다.
티벳-네팔 국경 '장무' 로 향하는 국제버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굽이굽이 돌아간다.
낙석 사고 등으로 사상자도 발생하는 위험한 구간이라더니, 알만하다.
안 그래도 호우 덕에 길 한쪽이 무너져내려 승객들은 내리고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길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급강하한 기온과 호우덕에 저질체력은 아울러 급강하... -_-
이를 기점으로 확실하게 골병이 들어버려 네팔에 도착해서는 거의 2주 가까이 카트만두에 붙잡혀 있어야 했다.
아, 지못미... ㅠ_ㅠ
너무 졸려... @_@ 잠 좀 한 숨 자야할 듯 ㅡㅂ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