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스크랩] [레바논] 브샤레_ 칼릴 지브란의 고향과 삼나무숲

flower1004 2010. 2. 19. 16:56

 

브샤레(Becharreh)- 칼릴 지브란과 삼나무숲의 노래

 

 

자, 레바논 관광에서 단연 최고의 만족도를 자랑했던 브샤레.

트리폴리에서 불과 한 시간 거리의 이 산골마을(?)은, 칼릴 지브란(Khalil Gibran)의 고향이자 삼나무숲으로 유명하다.

무려 400그루의 삼나무들이 심어진 울창한 삼나무 숲(the cedars)에서는 삼림욕을 즐길 수 있고,

겨울에 눈이 쌓이면 스위스의 알프스 못지 않은 스키장으로 각광받는다고 한다.

 

브샤레 行 미니버스 터미널을 찾는 와중에, 트리폴리 관광안내소에 들러 길을 물었다.

근데 관광안내소에 있는 할아버지는 주구장창 불어로만 쏼라쏼라... @_@

결국 할아버지가 직접 근처 터미널까지 바래다 줘야 했다.

 

자, 이제 브샤레로 가봅시당~ ^-^ ♡♡

  

 

칼릴 지브란.

레바논의 시성(詩聖) 

레바논 국기.

상징인 삼나무(cedar)가 그려져 있다.

 

 

브샤레의 삼나무숲(the cedars).

google images 

 

 

지브란이 나무(굳이 삼나무인지는 모르겠으나-_-)에 부친 아름다운 시 ㅠ_ㅠ

(운문 번역에 젬병이라 그냥 원문만 실으려 하다가 그래도 -_-  역시 번역이 후덜덜하니 느낌이 안 산다...)

 

나무들은 지구(땅)이 하늘에 쓰는 시(詩).

우리는 공허를 기록하기 위해, 그들을 베어내 종이로 만들었다.

Trees are poems that the earth writes upon the sky.

We fell them and turn them into paper that we may record our emptiness.

 

- Kahlil Gibran, on Trees-

 

 

브샤레에 가려면, 깎아지른 듯한 급격한 경사의 콰이사(?) 밸리를 한참 들어가야 한다. 

트리폴리 시내를 출발해 교외로 접어들고, 마침내 웅장한 협곡을 따라 굽이굽이 오르막길을 달리면서,

다운됐던 기분은 창밖으로 연신 펼쳐지는 파노라마에 눈녹듯 사라진다. @0@;;

오길 잘 했어... 사막 지프투어나 버스로 티벳 설산을 넘는마냥 스릴감이 대단하다.

높다란 절벽위로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는 아담한 마을들-

빛바랜 붉은 색 지붕을 인 주택과 교회등이 푸르른 신록 사이로 점점이 박혀있다.

아, 역시 레바논에 오길 잘 했어. 지금까지는 좀 긴가민가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ㅠ_ㅠ   

 

 

브샤레.

한참을 이같은 마을들을 지나 굽이굽이 협곡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겨울에는 저 황량한 뒷산이 훌륭한 스키장으로 변신한다.

 

 

브샤레 도착.

오른쪽 하단에 벽에 걸린 칼릴 지브란의 초상화가 보인다.

박물관인가? 브샤레 풍경에 넋나가서 마실을 즐기느라 박물관은 패스했으니-_- 확신이 안 선다.

 

 

성 요셉 수녀원.

꾸벅꾸벅 졸고 있는 레바논 국기.

 

 

오, 클래식한 비틀.

고물차긴 하지만 확실히 옛것들엔 범접할 수 없는 마력이 있다. 아, 운전해 보고 싶구나...

 

기웃거리고 있자니 마침 지나가던 소년이 '하이~' 하고 인사를 한다.

왕성한 호기심이나 박시시나 관심을 끌려는 게 아닌, 잘 아는 동네주민인 양 태평하고 여유로운 하이~ 

 

 

이런 자연진화적인 마을에서 태어난 지브란이 감수성 예민한 소년이었던 건 자연스러운 듯(??)

 

 

 

브샤레의 교회

 

 

이건 또 뭐라고 휘갈긴 거야... 무슨 프로파간다임엔 분명한데...

레바논도 참 바람잘 날 없다. 이런 촌동네 구석까지 여기저기 전쟁(反전쟁?) 포스터가 나붙고...

 

 

교회로 들어가 본다.

급 숨은 고양이 -_-

 

 

교회... 아니, 가톨릭 성당이었지?

아무도 없는 틈에 내부를 배회하다 간만에 각잡고-_- 기도도 드린다.

 

 

뭔가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듯한데...

많이 절박해 보이는 뒤의 아저씨 -_-

그 심정 이해하지, 암...

 

 

 

마을에서 2km 이상 더 올라가야 하는 삼나무숲은 조금 외진 길에다 트리폴리 호텔의 방명록에서 변태출몰-_- 메모가 기억나 띵겨버렸다. (물론 지나고 나선 후회...) 지브란 박물관도 패스하고,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고 수퍼에서 과자를 사서 시름잊은 어린애마냥 마을길을 걸으며 산책을 즐겼다. 마침 날씨도 좋고~ ^-^

 정작 브샤레 인근의 멋진 풍경들을 사진에 담으려면 달리는 차 안에서 순간순간을 포착하는 게 제격일 듯 한데, 워낙 차가 흔들리니 하나 건지기도 힘들다. 정작 브샤레에서 찍은 고정샷들은 그 진수를 전달하기에 한참 미흡하다. ㅠ_ㅠ

 

문학적인 조예가 깊은 편도 못 되고, 포스팅을 보면 칼릴 지브란의 팬마냥 들리겠지만 네버네버, 거리가 멀다.

칼릴 지브란 저서도 십대 때 읽은 '예언자(The Prophet)'이 전부.  -_-

그것도 대충, 뭔가 멋지고 좋은 말들이 씌어져 있구나, 아~ ^-^

이런 감흥이었지, 지금 와 기억나는 건 거의 없다.

단지, 내가 예의 감각적인 묘사나 문학적 미사여구보다는 건조한 산문체를 추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깊은 차를 마시는 듯한, 한 구절 한 구절 달콤씁쓰르한 지브란의 묘사가 무척 놀랍고 새로웠다.

물론 그 안에 담긴 통찰과 메시지는 별개로 치더라도 말이다.

 

언제 기회를 만들어 다시금 통독하고 싶긴 한데, 아, 세상엔 읽을 책들도, 써야 할 것들도 너무 많다... ㅠ_ㅠ

그래도 레바논까지 와 늘 미스테리하게만 느껴졌던 칼릴 지브란의 고향마을까지 와 보고, 마음은 한층 충만하다~ :)

손톱만큼이라도 그의 영기를 받았으면... ㅋㅋㅋ

 

꼭 스키시즌이 아니더라도 하루이틀 묵으며 특유의 운치와 여유를 느껴봐도 좋은 곳일 듯.

브샤레의 단조로운 평화에 매료되어 잠시 흔들렸으나, 세면도구고 뭐고 죄다 트리폴리에 두고 왔으니 이만 패스 -_-

겨울철 성수기엔 관광객이 쇄도하는지 커다랗고 꽤 시설좋은 중소규모 호텔들도 간혹 있다.

화장실을 못 찾아 두리번거리다 깔끔한 중고가 호텔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니,

예쁘장하게 꽃무늬 스커트와 자켓을 차려입은 매니져인 듯한 젊은 여자가 나온다. 

 

- 어머, 안녕하세요. :D 어제 전화해서 예약주신 분 맞나요? 방은 일찌감치 준비해 놓았는데- ^-^

 

사뿐사뿐 가벼운 발걸음으로 맞으러 나온 주인은, 오랜만에 손님을 구경하는 양 얼굴이 생기에 차 있다.

이런 민망...

 

- 아뇨, 그게 아니라... 저기 잠시 화장실 좀 사용할 수 있나 해서 들렀거든요-?? -_-

 

실망스런 급반전...

어쨌거나 화장실은 깨끗하고 좋다 ㅋㅋ

 

레바논을 찾게 된다면, 지브란을 모르건 삼나무숲 삼림욕에 관심이 없던 간에, 브샤레를 찾길 바란다. 

그 웅장한 협곡을 따라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삶의 단면들을 즐겨보시길. 

교통편도 번거롭지 않고, 한 시간여의 멋드러진 드라이브에 대한 값 치고는 엄청 저렴하니까. :) 

출처 : 여자 혼자가는 여행
글쓴이 : halfmoonwish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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