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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터키 동부] 도우베야짓 (2)_ 이삭 파샤 궁전, 황량한 동부의 마력

flower1004 2010. 2. 19. 15:55

 

이삭 파샤 궁전(Isahk Pasha Palace)

 

오늘은 혹시나... 기대하고 눈을 떴으나, 하늘은 여전히 뿌옇고 어둑하고 공기는 쌀쌀하다.

날씨가 나아지길 원했지만 며칠을 기다려도 도저히 기미가 안 보여, 무조건 이삭 파샤 관광에 나선다.

 

18세기에 지방 귀족에 의해 완성된 이삭 파샤 궁전.

이스탄불의 토카피 궁전처럼 행정의 요지이자 하렘, 병기고, 지하실, 중앙난방시설 등을 갖춘 복합적 시설물인데, 도우베야짓 시내를 포함한 광활한 동부 평원을 내다보는 위치에 세워져 전망이 압권이다. 지금은 황폐화돼 한 때 이 곳을 가득 메웠을 귀족과 무사, 하렘의 여인들을 떠올리려면 상상력이 필요하지만, 텅 비고 메마른 성터는 나름의 운치가 있다. 웹서핑 중 발견한 포스팅에 의하면 도우베야짓은 실크로드의 주요 루트상에 위치한만큼 역사적 반목이 심했던 장소로, 셀주크와 오토만, 그루지아와 아르메니아 등 다양한 건축양식이 이 이삭 파샤 궁전에 반영됐다고 하는데, 그를 대변하듯 건축미가 상당히 독특하다. 잡초를 듬성하게 인 둥그런 지붕이나 비죽 솟은 미나렛들과 아르메니아식 첨탑들, 그리고 무엇보다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세밀하게 새겨진 외관의 부조들은 이삭 파샤의 지리적 이점과 함께 그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친절한 여행사 아저씨의 알선으로 거의 공짜에 돌무쉬를 잡아타고 이삭 파샤로 출발~ 

 

 

멀리 보이는 이삭 파샤 궁전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바위산을 등지고 세워졌다. 배산임수? 풍수지리?

 

 

전망으로나 요새로서의 역할로나 충실했을 위치.

 

 

이삭 파샤 궁전 뒤로는 800년이 넘었다는 모스크가 있다.

돌무쉬에서 만났던 독일 선교사 아저씨 말로는 터키의 한 시인이 잠들어있다고 하던데,

춥기도 하고 피곤해서 또 안 가봤다... -_-

 

 

이삭 파샤 입구. 다정한 연인.

이 날씨에도 관광을 오는구나... 

 

 

잡초가 듬성듬성 난 저 지붕이 은근히 귀엽다.  :^)

성벽은 허물어지고 창문이 있었을 자리는 바람이 씽씽 불어 통과하고~

 

 

입구 천장의 별. 떨기나무 부조.

돌에다 이렇게 조각을 할 수 있다니, 얼마나 많은 장인들의 노력과 혼이 서려 있을까.

 

 

이 곳에 살던 사람들은 아래세상 풍경을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뿌듯했을까, 쓸쓸했을까, 가슴이 확 트였을까.

 

 

위에서 보니 도우베야짓은 은근히 큰 동네다.

황량한 동부 언저리에 자리잡고 있어 답답할 듯도 하지만-

이 경치와 이스탄불까지 직행버스가 하루에도 몇 번을 운행하는 걸 감안하면 살아볼 만도 할 듯.

 

 

창은 또다른 세계와 연결된다.

날씨만 화창했더라면... 뿌옇고 어둡다 보니 노출이고 뭐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마치 뱀비늘 같은 ㄷㄷㄷ

종이공예로도 힘들 텐데 하물며 단단한 돌을 갖고 이렇게나 자유자재로...

 

 

그러고 보면 현대건축에서 조각가나 예술가들은 배제돼 있는 것 같다.

철골과 스테인레스로 비슷비슷하게 지은 건축물들이 대부분이니...

 

 

모스크. 이젠 비둘기똥만 사방에 덕지덕지 남아서 비둘기 둥지로 쓰이고 있다. 

 

 

체스판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이 방.

어떤 용도로 쓰였다고 했더라.

 

 

돌무쉬에서 만난 독일인 선교사. 이스탄불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일반 기독교는 아니고 처음 들어보는 조금은 독특한 분파였는데 확실히 기억이 안 난다.

영어는 물론 터키어에 쿠르드어도 잘 하시고, 이삭 파샤 궁전 곳곳을 박식한 지식으로 가이드해 주셨다.

선교사라 그런가, 시종일관 차분하고 지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음.

 

 

입구에서 만난 동네 아저씨. :^)

 

 

이삭파샤 궁전을 보고 도우베야짓 동네로 돌아간다.

 

 

허물어진 목동들의 쉼터(?)가 즐비하고, 방목된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전형적인 동부 터키의 비경.

 

 

이삭 파샤 궁전 자체보다는 이런 조망을 감상할 수 있어 더 기쁘다.

눈도 호강하고 호텔방에만 쳐박혀 있다 산책도 해 보는구나. 

 

 

소와 양을 돌보는 아이들.

멈춰서서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양치기 소년이 뭐라고 소리를 지르며 내 쪽으로 달려온다.

성을 내는 건 아닌 듯 한데, 갑자기 박시시-_- 생각이 떠올라 걸음을 서두른다. 

 

 

 

조금 걸어내려오다 마침 지나가는 돌무쉬에 히치해 올 수 있었다. thanks :^)

날씨만 좋았더라면 사진이고 전망이고 이렇게 어둡고 황량하진 않았을 텐데...

동부 터키는 그 무수한 매력과 웅장한 풍광에 비해 날씨운이 안 따라준다.

이제 이삭 파샤도 다녀왔겠다, 도우베야짓과도 작별할 시간이구나.

그 찬사받는 카르스, 아니의 아르메니아 유적은 후에 코카서스를 직접 들르기로 하고 생략한다.

 

터키 최동단이라는 애수어린 위치답게 풍경은 끝내주지만, 잿빛하늘과 비가 흩뿌리는 날씨 때문에 오래 지낼 곳은 아닌 듯 하다.

내가 도우베야짓에 있는 며칠간 단 하루도 맑게 개인 하늘을 허용하지 않는 이 얄궂은 날씨여... ㅠ_ㅠ

물론 그 날씨에도 아예 익숙해져 버리면 상관없겠지만...

(한 한국인 커플(unmarried라고 여행사 직원은 강조-_- 누가 물어봤음?)은 무려 3개월이나 도우베야짓에서 지냈단다- 오오~)

 

그래서 내일 아침 일찍 국경을 넘어 이란으로 향할 계획이다.

떠나기 전, 우체국에 가 이스라엘로 엽서를 부친다. 이란으로 넘어가면 이스라엘로는 엽서고 뭐고 일체 못 보낼 테니.

미리 짐을 싸 놓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날씨운은 안 따라주고 이렇다 할 동행도 없이 외로웠지만, 터키 동부로 온 건 잘한 일이다.

앞으로 많이 그리워하게 될 듯. 이 이국적인 터키 동부의 비경을...

 

 

+)

 

 

두번째로 찾은, 한 시간 들렀던 도우베야짓.

트라브존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첫번째 이렇게 화창했으면... ㅠ_ㅠ)

 

출처 : 여자 혼자가는 여행
글쓴이 : halfmoonwish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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