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속으로.. #/** 스토리&여운* [스크랩] 오래된 잠 / 이민화 flower1004 2009. 2. 24. 16:34 오래된 잠 / 이민화 다섯 송이의 메꽃이 피었다. 아버지의 부재를 알리는 검은 적막을 깨고, 돌담을 딛고 야금야금 기어올라 초가지붕 위에 흘림체로 풀어놓는다. 무게를 견디지 못한 바람벽이 움찔 다리를 절면, 마당가에 선 감나무도 키를 낮춘다. 아버지의 귀가에서 나던 솔가지 타는 냄새 너덜너덜해진 문틈으로 새어나오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수도꼭지 끄윽끄윽 울음을 뱉어낸다. 산 그림자 마당으로 내려서면, 거미줄에 걸린 붉은 노을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먼지 쌓인 잠을 쓱쓱 문질러 닦아내면 아버지의 오래된 시간이 푸석한 얼굴로 깨어난다. 늙은 집이 메꽃을 피우고 있다. 2009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비평가와네티즌이 선정한 한국베스트명시모음☆─━ 출처 : 열 린 바 다글쓴이 : null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