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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기도 // 장시하 **

flower1004 2008. 3. 16. 21:59


새벽기도
장시하

소복이 쌓인 첫눈을 밟으며
작은 예배당을 향하는 발걸음이애처롭다

을씨년스럽게 내 귓가에 들리는
청소부아저씨의 새벽 비질소리가
가슴을 후벼 팠다

갑자기 작은 오솔길로 향하여 난 길을
걸어가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에울컥했다

무엇일까?
아무도 밟지 않은 저 순백의 대지 위를
흔들림 없이 걸을 수 있는힘은
모두가 숨을 죽인 고귀한 시간
아무도 걷지 않은 그 길에 발자국을 새기는 사람은......

나는 한참을 바라보다
돌이킬 수 없는 날들의 환영 속에서
흐느꼈다

삶은 애초에 길이 없는 길을 내게 가라했다
나는 그 날 새벽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어머니가 새벽마다 걷는 저 길에
내 길이 있었음을

나는 새벽마다 사랑의 씨앗을
내가 가야 할 길에 곱게 뿌리는
어머니, 어머니를......
알 수 있었다

어머니의 생명이 야위어 갈수록
쑥쑥 자라고 있는 나를
내 길을 만드시기 위해,
내가 가야할 길 위에
어머니는 오늘도
자신의 생명을 녹여가며 사랑의 꽃씨를
심고 있었다